[ESG경제=김강국 기자] 삼성그룹의 거버넌스 개선 해법을 찾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간단치 않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일부 개선 성과가 있었으나 수직적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특히 만만치않음을 인정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이 수평적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으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2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022 연간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와 회사 모두 다양한 모델을 연구 검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좋은 의견 있으면 직접 찾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수평적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대부분 관계사에서 실천하고 있고 ▶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권한 강화와 ▶50% 넘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 등 개선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준법경영, 기업 문화로 체질화"

이 위원장은 " '준법감시위원회의 검토를 거쳤나요?'라는 말이 삼성 안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며 "중요한 사안 결정 전에 경영진이 당연하게 확인하는 일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준법경영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업 문화로 체질화하고 있다"며 "준감위와 삼성은 준법경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2인3각' 동반자라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명신인 위징(魏徵)이 찬서한 구성궁 예천명의 비문에 '인완기화 아취기실(人玩其華 我取其實, 사람들은 꽃의 화려함을 즐기지만 나는 그 열매를 취하겠다)‘을 인용해 "2기 준감위가 조용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넘어 질박하고 단단한 내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감위는 준법경영을 훼손하는 외압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고자 한다"며 "대내외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끊임없이 소통해 '숨어있는 1인치의 위법 가능성'조차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속기업으로서 백년대계 해법 모색"

위원회는 ’인권 우선 경영 확립,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정착, ESG 경영실천’을 중점과제로 선정해 추진중이며, 영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존속하기 위한 백년대계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4년째 준감위 위원으로 참여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보고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준감위의 최고 업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5월 선언한 '4세 승계 않겠다'는 발언을 이끌어낸 것을 꼽았다. 그는 "재벌 그룹의 승계 이슈와 관련해서 사회적 관심이나 감시의 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기도 해서 이 회장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행 법령상 몇몇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동일인 지정은 총수 아들로 계속 이뤄져왔다는 점, 회사가 총수 지배력 없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 점 등 실제로 살펴볼 쟁점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