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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컬러 산업 전략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3.14 17:29
  • 수정 2025.03.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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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의 힘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과 더불어
도시와 산업에서 지속가능성 실현 가능해

충청북도 충주호의 벚꽃 축제 장소. 사진=충주시 제공
충청북도 충주호의 벚꽃 축제 장소. 사진=충주시 제공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계절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작년 한국의 봄은 사라지듯 짧았고, 4월부터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올해는 봄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 개화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온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ESG 정책과 유럽연합(EU)의 ESG 규제 완화 등으로 전 세계가 설정한 기후목표 달성이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날로 심해지는 기후위기를 감안할 때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숙제를 잠시 미뤄놓았을 뿐, 결국 풀어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거대한 기술 혁신과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작은 변화와 실천만으로도 충분히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색상의 힘’이다.

색상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다. 건축, 자동차,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색상은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밝은 색상은 태양광을 반사해 냉방 비용을 절감하고, 어두운 색상은 열을 흡수해 난방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즉, 색상 선택만으로도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색상의 가치는 단순한 에너지 효율성의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색상을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컬러 전략’으로 바라보고, 이를 산업과 도시 환경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 색상이 다양한 산업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례를 분석하고, 기업과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보자.

건축과 도시 환경...색상이 만드는 에너지 절감 효과

도시의 색상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다. 건물 외벽, 지붕, 도로의 색상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태양광 반사율이 높은 밝은 색상을 사용하면 열 흡수를 줄여 실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반대로 어두운 색상은 열을 더 많이 흡수해 난방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건물 외벽은 흰색이 많다. 
그리스 아테네의 건물 외벽은 흰색이 많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해 세계 여러 도시들이 색상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23년부터 공공건물의 외벽을 밝은색으로 변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는 건물 외벽을 흰색으로 유지하는 전통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실내 온도를 평균 4~5°C 낮추고 냉방 에너지를 22% 절감하는 효과가 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인도 델리는 태양광 반사 코팅을 건물 외벽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데, 초기 결과에 따르면 건물 표면 온도가 평균 5~7°C 낮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이처럼 색상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도시의 온도를 조절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강력한 도구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브라질 상파울루의 ‘쿨 시티 프로젝트(Cool City Project)’다.

브라질 상파울루 – 태양 아래 뜨거운 도시를 식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도심. 아스팔트 위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건물 외벽은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다. 시민들은 그늘을 찾아 도심 속을 헤매고,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대중교통은 찜통으로 변한다. 이곳에서 여름철 거리를 걷는 것은 마치 거대한 오븐 속을 지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브라질 상파울루시 전경. 도로와 건물 외벽이 밝은 색으로 꾸며져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브라질 상파울루시 전경. 도로와 건물 외벽이 밝은 색으로 꾸며져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상파울루는 극심한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을 겪는 대표적인 도시다. 열섬현상이란 도심의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가 낮 동안 태양열을 흡수하고 밤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아, 도시 전체의 온도가 주변 지역보다 현저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상파울루 도심의 여름철 기온은 교외 지역보다 평균 4~7°C 높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10°C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상황이 악화 되자, 브라질 정부와 상파울루시는 도로와 건물 외벽을 어두운색에서 밝은색으로 바꾸는 ‘쿨 시티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연구 결과, 태양광 반사율이 높은 밝은 회색과 베이지색 도료를 사용하면 표면 온도가 평균 10~15°C 떨어지며, 이로 인해 도심 전체의 기온이 최대 5°C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공공건물, 주요 도로, 보행로를 중심으로 확대 적용되었으며, 실제로 냉방 에너지 사용량을 18%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추운 도시의 색상 전략 – 캐나다에서 배운다

브라질과 반대로 극심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색상에너지 효율을 연구하고 적극 활용하는 곳이 있다. 캐나다에서도 혹한으로 유명한 캘거리(Calgary)다.

이곳의 겨울 기온은 종종 영하 30도를 밑돌고, 체감 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추운 날씨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외투를 몇 겹씩 껴입고 스키장을 찾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집 안에서의 보온’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주택의 색상이다. 캘거리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어두운 색상의 건물이 유독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짙은 갈색, 회색, 검은색 외벽을 가진 집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캘러리 주택의 색상. 흰색(왼쪽)에서 어두운 색(오른쪽)으로 바꾸는 집들이 늘면서 난방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캘거리 슐리히공과대학
캐나다 캘러리 주택의 색상. 흰색(왼쪽)에서 어두운 색(오른쪽)으로 바꾸는 집들이 늘면서 난방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캘거리 슐리히공과대학

태양열을 최대한 흡수해 실내 온도를 높이고,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적인 색상 선택이다.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연구(2019)에 따르면, 검은색이나 짙은 색상의 외벽을 가진 건물은 밝은색 건물보다 태양열을 20~30% 더 많이 흡수해 겨울철 난방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남향으로 배치된 짙은 색상의 건물 외벽은 낮 동안 태양열을 저장하고, 밤이 되어도 실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효과를 준다. 반면, 흰색이나 밝은 색상의 건물은 태양광을 반사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데 불리하다.

이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혹한 지역일수록 짙은 색의 외벽을 가진 건물이 많다.

도심 지역은 건물 간의 거리로 인해 햇빛 노출이 적을 경우, 외벽 색상과 반사형 유리창을 함께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외곽 지역은 햇빛 노출이 충분한 단독주택이나 저층 건물에서는 더 강한 색 대비 효과를 낼 수 있어, 난방 효율이 더욱 커진다.

색상을 산업 및 도시 발전 전략으로

한국은 지금까지 색상을 주로 ‘디자인’의 개념으로만 다루어 왔다. 그러나 다양한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색상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에너지를 절감하고 겨울철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색상을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도시 환경을 최적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바라봐야 할 때다. 건물 외벽 및 지붕, 대중교통, 도로까지, 색상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한국도 얼마든지 더 따뜻하면서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은 더이상 4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은 더 길고, 겨울은 더 혹독해지며,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다.

이제 색상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도시 에너지 절감과 기후 대응을 위한 전략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 색상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한국도 더욱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제시카박 헤이커뮤니게이션 대표]

                    제시카박 헤이커뮤니케이션 대표
                    제시카박 헤이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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