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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원의 ESG 전략노트] ③에너지 산업의 ESRS 기반 전환 전략과 한국 기업의 선택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4.23 15:30
  • 수정 2025.04.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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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에너지의 전략프레임으로 유럽과 한국 기업 비교
유럽 기업들의 전환 전략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설계
공시로 전략을 말하는 EU, 한국은 전략-공시 연결성 모호 
한국 에너지 기업들, ‘4단계 전환 구조 설계’ 필요

프랑스 정유사 토탈에너지 로고.   홈페이지 캡쳐
프랑스 정유사 토탈에너지 로고.   홈페이지 캡쳐

공시가 기업 전략의 항로 지도라면, 전략은 그 항로를 이끄는 나침반이다.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는 이 항로도를 정교하게 그릴 것을 요구하며, 기업이 나침반으로 어디를 향해 전환하려 하는지는 공시를 통해 드러난다.

ESG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의 전환 전략을 견인한다.  지난 4월 22일 기준 ESRS에 따라 항로도에 나침반을 새겨 넣은 유럽연합(EU )기업은 이미 320여 개에 이른다.

유럽의 에너지 대기업들은 이제 ESRS에 따른 지속가능성 공시를 정보공개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전환의 속도와 방향은 기술적 선택을 넘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내러티브로 전환 전략을 공시하는가에 의해 정당화되고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ESRS는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탄소중립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 전략의 기반 언어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EU 6개 에너지 기업의 전략 프레임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전환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지 정리하고, 한국의 9개 주요 에너지 기업이 어떤 전략 메시지와 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비교한다. 이를 통해 ESRS 기반 시대의 전략 정합성과 통합성 수준을 진단하고자 한다.

유럽 6개사 및 비교 대상 한국 9개사

유럽 에너지 기업 6개사 전환 전략을 요약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프랑스의 석유 중심 기업이지만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중이다. 오일 메이저로 전환 전략의 좋은 사례 제공한다.
▶이베르드롤라(Iberdrola): 유럽 재생에너지를 선도하는 스페인 기업으로 전통적인 전력회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ESRS와 정합성 높은 전략을 보유 중이다.
▶뤼베(RWE): 독일 기업으로 과거 석탄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의 전략 변화와 과제 등을 참고하기에 적합한 기업이다.
▶외르스테드(Ørsted): 덴마크 기업으로 석탄 기반 발전에서 해상풍력 중심 탈탄소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ESRS 대응도 선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텐폴(Vattenfall): 스웨덴 정부 소유의 탈탄소 선도 전력기업이다. 원전, 수력, 풍력 중심으로의 재편 과정을 공시에 포함하고 있다.
▶엥지(Engie): 프랑스의 발전·네트워크 중심 다국적 기업으로, 전력·수소·열 에너지 통합 전략 추진 중이다. 공공성·지속가능성을 균형 있게 통합했다.

본 분석에서는 한국의 주요 전력·에너지 기업으로 ① 한국전력공사 ② 포스코인터내셔널 ③ 포스코퓨처엠 ④ SK이노베이션(SK E&S 포함) ⑤ GS 에너지 ⑥ GS EPS ⑦ 한화솔루션 ⑧ 한화에너지 ⑨ 두산에너빌리티 등 9개사를 비교 대상에 넣었다. 

이 중 일부 기업(예: SK E&S, GS EPS, 한화에너지)은 아직 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거나 모회사 보고서에 통합되어 공시되고 있다. 따라서 분석 시에는 해당 기업의 실질 전략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공시정보는 가용범위 내에서 비교했다.

토탈에너지를 통해 본 유럽 에너지 기업의 전략 프레임

유럽 6개 에너지 기업 중 토탈에너지(TotalEnergies)는 특히 전략 프레임의 구조화가 뛰어난 기업이다. 그들이 제시한 프레임은 단지 비전과 목표를 나열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략 구조(Structure) → 목표 포트폴리오(Targets) → 이행 지표(KPIs) → 실행 수단(Levers)’으로 이어지는 전환 전략의 계층적 구성(logical hierarchy)을 충실히 보여준다. 

토탈에너지의 ESG 전략 프레임 4단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전략적 구조(Strategic Structure)
양축 다중 에너지 기반 전략(Two-pillar multi-energy strategy)
▶석유·가스: 특히 LNG 중심 + 전력: 재생에너지 및 유연성(Flexibility) 중심
→ 전통 에너지 자산과 전력 자산의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의 동시 확보를 꾀하는 전략

2단계> 장기 목표 및 에너지 포트폴리오(Long-term Vision and Energy Mix)
사회와 함께하는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by 2050, together with society)
▶전력: 50%, 저탄소 분자: 25%, 저비용·저탄소 석유·가스: 25%
→ 이 구성은 2050년까지 토탈에너지가 지향하는 지속가능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을 반영

3단계> 핵심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s)
직접 온실가스 배출 감축(스코프 1+2 GHG emissions reduction)
▶목표: 2025년까지 40% 감축(2015년 대비)
전과정 탄소 집약도 감축(Lifecycle Carbon Intensity, LCI reduction)
▶목표: 2030년까지 25% 감축(2015년 대비, 스코프 3 포함, 판매 제품 전과정 기준)
→ 두 KPI는 토탈에너지가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을 어떻게 측정·관리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

4단계> 실행 수단(Operational Levers)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5대 실행 수단(5 levers for a sustainable change)
① 에너지 효율성 향상(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② 배출 회피 기술 도입(Avoided emissions through technology)
③ 전력 및 수소 중심 전환(Electrification and hydrogen development)
④ CCUS 및 탄소 상쇄(CCUS and offset mechanisms)
⑤ 재생가능 전력 확대(Scaling up renewable electricity)
→ 이 실행 수단은 토탈에너지의 전략을 구체적인 전환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프레임으로 작동

ESRS 기반의 전략적 연계 흐름은 ‘전략 → 목표 → 수단 → 실행 → 성과’로 이어지는데, 이를 토탈에너지의 ESG 전략 프레임 4단계와 연결시키면 ‘1단계: 전략, 2단계: 목표, 3단계: 성과, 4단계: 실행 및 수단’이라는 유사한 구조로 대응된다.

EU 선도 기업에게 전략 언어는 곧 공시다. 토탈에너지는 이 구조를 자사의 통합 보고서(Universal Registration Document) 전반에 일관되게 반복함으로써, 투자자와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전략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이베르드롤라는 전환 전략도 우수하지만 ESRS 공시 요구사항을 명시하여, 공시의 명료성 측면에서는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외르스테드는 정량·정성 전략이 매우 우수하므로 에너지 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한국 기업 9개사의 전략 체계와 메시지 특징

분석 대상인 9개 한국 에너지 기업의 전략 체계와 메시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전략 체계 명시 여부
-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한화솔루션 등 :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 스코프 3 전략, 전환 로드맵, 전담 위원회 운영 등으로 전략 체계화 시도
-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 각각 ‘GROWTH’, ‘Green Business Pioneer’라는 자체 전략 프레임 제시 
- GS에너지, 한화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 ‘전환 전략 → 실행 수단 → 중장기 목표 → KPI’ 흐름을 일정 부분 갖추고 있음
- 한화솔루션과 두산에너빌리티: ‘전환 포트폴리오’와 ‘스코프 3 대응’ 공개

▶공통적 메시지
- ‘5대 중점 과제’나 ‘친환경 포트폴리오 확장’ 등 실행계획 중심의 로드맵 제시
- 전략 구조와 목표, 실행 수단 간 연결성이 약함
- 계열사별로 메시지가 분절되는 등 전환 전략의 논리적 체계성 부족
- ‘넷제로(Net Zero) 달성’, ‘친환경 전환’, ‘수소·재생에너지 투자’ 등 비전 지향적 표현 사용
- 스코프 3을 포함한 KPI 명확성은 낮고,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메시지가 다층적으로 설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특징

전략은 문장이 아니라 구조다. 유럽 기업들은 대체로 전환이라는 개념을 수직적 계층구조(Structure)로 정리하고, 그 전제를 공시 언어로 표현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전략을 수평적으로 나열하거나 부서별 계획 형태로 기술하는 경우가 많아, ESG 전략 또한 전략적 설계보다는 실행 중심 계획에 그치는 모습을 보인다.

시사점 : 한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지

1. 전환 전략의 구조화 필요

단순한 넷제로(Net Zero) 선언이 아닌, ‘전략 구조(프레임) → 중간 목표 → KPI → 실행 수단’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흐름의 구성이 필요하다.

2. 스코프 3 포함 KPI의 명시화

특히 판매 제품의 전과정 탄소 집약도(Lifecycle Carbon Intensity)는 ESRS와 국제지속가능성송시기준위원회(ISSB) 기준 모두에서 중요한 공시 항목으로, 전략 KPI에 포함되어야 한다.

3. 계열사·사업부 간 메시지 통합

ESG 전략이 단위 계열사의 자율 계획이 아닌 그룹 전체의 연동된 체계임을 강조해야 한다.

4. 공시 언어와 전략 언어의 정합성 확보

ESRS, ISSB 등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서 사용하는 공통 용어와 개념을 전략 메시지에 통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ESG 전략은 이제 선언이 아니라 설계(structure)의 문제다.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은 이를 공시 프레임의 언어로 설계한 4단계 전략 구조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선도 사례가 바로 토탈에너지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는 실행계획 중심의 보고를 넘어서, “전환 전략의 구조화된 설계와 공시”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전략은 전환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전환은 구조로서 표현되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석유·가스 기업(Upstream 중심)의 사례를 통해 고탄소 산업의 전환 전략을 계속 살펴본다. 한국의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기업들도 향후 전환 전략의 정교화 측면에서 유럽의 사례를 전략적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ESG TF 리더), ESG경제 전문위원]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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