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재무·의무·통합 공시 중대 전환점 직면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이미 컨버전 실천 완료
투자자 신뢰 확보, 실질적 전략 기틀 다질 기회

지난 20여 년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주로 GRI(글로벌보고이니셔티브) 기준에 따라 비재무 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ESG 공시의 패러다임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ESRS(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를 두 축으로 하여 ① 재무공시 ② 의무공시 ③ 통합공시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진화하며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글로벌 '뉴노멀'이 된 재무·통합 공시
글로벌 기준선(Global Baseline)으로 자리 잡은 ISSB의 공시 기준(IFRS S1, S2)은 TCFD(기후변화관련재무공개태스크포스)의 핵심 체계(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를 계승했다. 그 핵심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제표와 통합하여 공시하도록 구조화한 '재무 공시'라는 점이다.
EU의 ESRS 역시 TCFD와 유사한 공시 체계를 채택했으며, ISSB와의 높은 상호운용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ESRS 또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재무제표와 통합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기후변화는 물론 환경, 사회, 거버넌스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룬다.
이미 현실이 된 글로벌 리더들의 전환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안이 아닌, 이미 현실이 되었다. EU의 640여 개 선도 기업은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ESRS 의무 공시를 이미 완료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세계 여러 국가가 ISSB 기준을 의무화했거나 그 절차를 진행 중이다.
BMO(캐나다), 후지쯔(일본) 등 비유럽권의 여러 리더 기업들도 2024 회계연도 보고서에 ISSB 기준을 발 빠르게 적용하며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선점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23,000개 이상의 기업이 응답하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IFRS S2 기준을 반영하면서, 이제 ISSB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표준이 되었다.
한국의 현주소와 전환의 필요성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KSSB(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ISSB를 기반으로 한 국내 기준 초안을 발표했지만, 의무화 시점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GRI 기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로드맵 지연과 일부 글로벌 동향 변화로 인해 잠시 느슨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전환을 미룰 수 없는 명확한 이유들이 있다. 지금이 바로 ESG 전략과 공시를 새로운 글로벌 표준에 맞춰 전환(Conversion)해야 할 최적기다.
지금이 ESG 공시 전환의 '최적기'인 4가지 이유
첫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방향성이 확정되었다.
새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의 신속한 추진을 공약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공시 기준과 의무화 로드맵이 확정될 예정이다. 권위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2028년부터(2027회계연도 정보 기준) 의무 공시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더 이상 방향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정해진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둘째, 의무 공시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소 2개 연도의 비교 공시를 해야 한다. 2027회계연도 정보를 기준으로 2028년부터 의무화된다면, 비교 대상인 2026년 회계연도 정보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데이터가 관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내부 프로세스 정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바로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셋째, 투자자를 비롯한 핵심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선점할 수 있다.
SK그룹, KB금융그룹 등 국내 선도 기업들은 이미 IFRS S2 프레임워크에 맞춰 기후 공시를 재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표준에 맞춰 선제적으로 공시를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를 따르는 것을 넘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넷째, 단순한 공시 대응을 넘어, 실질적인 ESG 전략을 재정립할 기회다.
새로운 공시 기준은 경영 전략과 통합된 ESG 전략을 공시의 중심축으로 하여 기업에 ‘지속가능성 이슈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공시 전환을 계기로 기후변화, 인권, 안전 등 핵심 ESG 이슈를 실질적인 경영 전략과 연계하고, 진정한 ‘밸류업’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할 절호의 기회이다. ESG 전환은 단순한 보고서 작성이 아닌, 중장기 경영 전략의 핵심 수단이다.
결론적으로, ESG 전략과 공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뉴노멀에 발맞춰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틀을 다질 최적의 시기다.
#다음 칼럼에서는 ISSB/ESRS 기반 ESG 전략과 공시 컨버전 노하우를 심도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손기원 대주회계법인 부대표(ESG TF 리더), ESG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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