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보건, 인권은 S(사회책임)의 핵심 내용.
기업 스스로 안전과 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주는 시스템 바람직

[ESG경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망자가 발행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재계에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악법”이라고 반발했고, 노동계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불만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과연 무거운 징벌만이 능사인지, 그렇게 하면 산업재해가 정말 줄어들지 의문이다.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산업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나름의 조치가 있었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년 전 시행됐다. 역시 처발 강화가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산업현장의 재해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860명으로 2019년(855명)보다 늘었다. 공무원, 선원, 교직원 등까지 합하면 약 2000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선진국 중 최악의 산재 상황인 것은 맞다. 분명 고쳐야 한다.
ESG경영으로 기업 스스로 예방
과거 우리 기업들이 고성장 드라이브 때문에 산업 현장의 안전을 소홀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한 통계가 말해준다. 어떻게 하든 제도와 환경, 관행 등을 바꿔 산재를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징벌 만능주의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의지를 꺽을 우려가 크다. 중대재해법 상 의무와 책임 소재가 모호한 가운데 결과만을 놓고 과도한 징벌을 가하면 기업인들은 항상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예 기업활동(투자)을 꺼릴 수 있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최선책은 기업 스스로 재해를 줄이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며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전 예방 교육 등에 정책적 지원을 하고,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정기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침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특히 ESG경영을 표방한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이들 기업은 S(사회책임)의 핵심 내용으로 사업장 안전과 보건, 인권보장 등을 실행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두고 정기적으로 안전실태를 점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 시설 확충과 관련 교육을 소홀히하다 직원들이 잇따라 재해를 당하는 기업이라면 감히 ESG경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ESG 워싱’, 거짓되고 가장된 ESG다. 그런 사례로 낙인찍히면 회복 불능의 상황에 처할 게 뻔하다. 기업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정부, 중소기업 안전시스템 구축 적극 지원해야
산업안전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은 없지만, 특히 안전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자금과 인력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 중견기업 등에 대해선 중앙 및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완벽한 안전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사업장별로 임직원(하도급업체 포함)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강화해도 산업현장의 사고를 근절할 수는 없다. 교통안전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사고 예방 교육에 최선을 다해도 교통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사고율을 크게 줄이는 효과는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
기업과 사업주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사고가 나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중벌을 가하는 시스템 아래선 경제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처벌 지상주의에 아래선 경제가 수축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까지는 1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ESG경영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적극 실행하고, 정부는 이를 후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