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탄소 배출까지 고려할 전망
척강가공 산업 피해 지원 필요
석탄 및 석유 제품•1차 금속•화학섬유 산업은 탄소중립 지원 확대 필요
무역조정지원제도 탄소중립 추진 피해로 확대 적용해야
중소기업중앙회, 중기 전용 전기요금제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촉구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철강과 철강제품,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의 5개 업종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BM: Carbon Board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철강 가공제품과, 1차 금속, 고무 플라스틱 산업 등이 탄소국경세의 피해가 큰 취약 산업으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탄소국경제도의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과 해외 정책사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무역조정지원제도 적용 대상을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피해를 본 기업으로 확대 적용하고 ▲중소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 주도 탄소중립 정책 추진▲ 중소기업의 환경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수출 지원 사업 추진▲ 저탄소화를 위한 ICT 활용과 디지털 전환 지원▲ 탄소중립을 위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협력 사업 추진 등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보고서가 언급함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중소기업이 FTA 체결로 피해를 입은 경우 대출이나 상담 지원 등을 통해 회복을 돕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탄소화를 선도하는 EU는 녹색기술 개발에 나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양한 기금을 통해 중소기업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고 있다.
탄소국경세 부과 시 공급망 탄소 배출도 고려할 전망
EU가 지난 7월 14일 기후변화 대응 종합대책인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탄소국경세는 자국 기업보다 탄소배출 비용 부담이 적은 해외기업의 탄소배출 부담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우선 5개 산업을 대상으로 도입됐으나, 앞으로 대상 산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탄소국경세 적용 대산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의 대EU 수출 규모는 6억1000만 달러로 전체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 산업 수출액의 20.4%를 차지한다.
산업별로는 철강이 3억6810억 달러, 철강제품은 2억370만 달러로 철강산업이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 중소기업 수출의 93%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앞으로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고, 탄소국경세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이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국경세 부과 시 공급망의 탄소배출까지 고려하게 되면 대EU 직접 수출 실적이 크지 않거나, 직접 수출을 하지 않는 국내 중소기업까지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얘기다.
핏포 55에서 EU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 부과 시 공급망의 탄소 배출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박혜리 전문연구원은 “현재 공급망의 탄소 배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CABM이 시행될 때 최종 수출 기업 뿐 아니라 공급망의 탄소 배출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EU가 현행 제도하에서도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탄소국경세 도입시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겠다는 사전 포석”이라고 말했다.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 중소기업의 대EU 간접 수출은 7억6000만 달러로 직접 수출보다 큰 규모다. 특히 철강제품과 알루미늄의 간접 수출 비중은 각각 65.6%와 70.9%에 달한다.
보고서는 “간접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CABM의 영향이 국내 중소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고 영향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CABM의 영향을 평가하고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간접 수출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피해 범위를 산정하고 지원 규모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가공 산업 신속한 대응 필요
보고서는 산업별로 탄소국경세 부과에 대한 취약성이 달라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강가공 산업은 탄소국경세 대상 품목이면서 간접수출 비중이 높아 탄소국경세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고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고무 플라스틱 산업은 탄소 집약도는 낮지만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높고 간접 수출 비중도 높아 취약 산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1차 금속산업은 탄소집약도가 매우 높고 무역의존도도 높지만 중소기업 수출 비중과 간접 수출 비중이 낮아 취약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석탄 및 석유제품과 1차 금속, 화학섬유 산업은 중소기업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어서 개별 기업의 탄소중립 지원 규모가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공급망 특성 상 유럽연합이 공급망의 탄소 배출까지 고려해 수출 대기업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대기업이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청업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하청업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8일 정부에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마련과 원가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금융 및 세제지원과 시설투자 지원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