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 배출과 글로벌 기업환경 대응 위해
1993년 이건희의 ‘제2창업 선언’과도 견줄 혁신으로 평가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이재용식 ‘뉴 삼성’의 밑그림이 인사제도 혁신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편한 삼성전자 인사제도의 내용은 ‘연공서열 파괴’가 중심이다. 임원 직급도 전무가 폐지되고 부사장으로 통합된다.
글로벌 기업의 산업 구조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분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도 30대 임원과 40대 최고경영자(CEO) 등을 적극 배출해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한편 핵심 인력의 외부 유출도 막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른바 미국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져와 글로벌 기업환경 대응과 청년인재 육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의지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 속에 글로벌 기업의 경영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돌아온 이 부회장의 절박한 위기감이 인사제도 개편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직급별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속 연한’ 폐지다. 현행 인사제도에서는 승진하려면 한 직급에서 통상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했다.
삼성은 직급별 의무 체류기간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부장~사장급 팀장이 관할하는 별도 승격 세션을 열어 수시로 평가해 젊고 유능한 임원을 조기 배출하기로 했다.
삼성은 기존 직급 체계는 유지하는 대신 단계별로 승격·승진에 필요한 근무 연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임원인 ‘부사장·전무’ 직급은 ‘부사장’으로 통합된다.
삼성의 직원 직급 단계는 ‘4단계 경력 등급’(Career Level)으로 나뉜다. 고졸과 전문대졸 사원은 CL1, 대졸 사원은 CL2, 과장·차장급은 CL3, 부장급은 CL4에 해당한다.
기존 4단계 직급 체계는 말단 사원부터 부장까지 이르는 7단계 기존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려는 취지로 2016년 도입됐다.
인사평가 방식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하방 평가가 아닌 ‘360도 다면 평가’가 도입된다.
기존 평가 할당 비율에 따라 일정하게 평가가 배분된 것과 달리 개별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하위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 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된다.
이 밖에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를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진자 발표도 폐지키로 했다. 상호 존중 문화를 위해 사내 공식 소통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고령화에 대응해 우수 인력은 정년 이후에도 지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이번에 도입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삼성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던 고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삼성 제2창업 선언에 견줘진다”며 “미국 출장에서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리더 기업의 경영진과 연쇄 회동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해 인사제도 혁신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