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연구진, 태풍과 허리케인 등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 발생 범위 확대로 수백만 명 피해 전망
적도 부근서 형성되던 열대성 저기압이 중위도 지역서도 형성 가능성 커져
중위도 지역은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 경제 활동이 활발한 지역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 등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 형성 범위가 넓어지면서 앞으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 수가 수백만 명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예일 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번 세기 말까지 열대성 저기압이 지난 300만 년 동안 발생했던 것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현재 심각한 피해를 주는 열대성 저기압은 주로 적도 남북 열대 지역에서 형성되지만 기온이 상승하면서 중위도 지역으로 형성 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럴 경우 태풍과 허리케인의 세력이 더 강해지는 추세와 맞물려 뉴욕, 베이징, 보스턴, 도쿄, 서울 등 중위도 지역에 위치해 있는 도시들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해역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 인도양, 아라비아해, 뱅골만 등에서 생기는 것은 사이클론이라고 한다.
뉴욕, 베이징, 도쿄 등도 허리케인 피해 직면
2020년 9월 허리케인 알파(Alpha)가 포르투갈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이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크지 않아 언론 등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연구진은 이것을 ‘상당히 중대한 전조’로 간주했다.
과거에 포르투갈은 이러한 열대성 저기압 피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일 대학의 물리학자 조슈아 스터드홀메 박사는 BBC에 출연해 “포르투갈 부근에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되기 위한 적절한 조건이 갖춰졌는데, 과거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터드홀메 박사는 "따뜻한 기후로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고,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중위도 지역에서 이러한 종류의 폭풍이 더 빈번히 일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자초한 기후변화의 피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기온 차가 줄어들자 '대기 상의 강'으로 불리는 제트기류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대기의 강'이란 열대 지역 바다 위에서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상 높은 고도에 생기는 ‘대기의 강’은 보통 허리케인을 적도 부근에 머물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중위도에서의 제트기류의 활동이 약화되면서 극단적인 경우 '대기의 강'이 쪼개져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될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둘 사이의 연관성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6번째 평가보고서 1부를 출간했는데, 여기서 “인류가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저기압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IPCC는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 발생 비율과 허리케인의 최고 풍속 등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예일대 연구진은 다양한 증거를 통해 미래에 열대성 저기압이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프린스턴 대학교 대기과학자인은 간 장 박사는 "중위도 대기에서 생기는 열대성 저기압은 더 많은 강우량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열대성 저기압의 변화와 해안의 해수면 상승이 맞물리면서 더 강한 사회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