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비롯 현대차, 기아, 오일뱅크 등 규모도 추가 증액
투자기관 관련 ESG투자확대에 ‘적극 호응’
삼성증권 “올해 ESG투자 2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 전망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국내 대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위한 채권발행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펼쳐왔던 사회공헌 활동이나 CSR경영 등이 실제사업과의 연관성 보다는 사회적기여 성격이 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ESG경영은 투자 등 실제 기업활동과도 직접 연관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 조직을 신설하는 이유다.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실제 ESG 평가를 근거로 투자처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CSR과 달리 평가 기준도 객관화되고 있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을 비롯해 현대차, 현대중공업, 한국남동발전 등 산업계 전반에서 ESG채권발행이 확산하는 추세다.
그동안 투자환경 자체가 사회적 환경이나 가치를 중시하는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배구조에 따른 문제를 투자기관에서 거론하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고 관련 펀드시장에 노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미 국내외 펀딩 시장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인 ESG 지표 등을 투자결정에 반영한지 오래다. 금융당국에서도 오는 2030년 ESG 공시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도 산업은행은 올해 녹색금융을 주도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5년간 25조원 수준의 '대한민국 대전환 뉴딜프로그램'을 신설하고,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조성·운용' 및 정부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반영한 금융상품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추세에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추정한 전 세계적인 ESG 펀드 규모까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조 달러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UN 책임투자원칙 서명 기관 수도 지난해 말 3000여 개로 확대됐다. UN 책임투자원칙 서명 기관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ESG를 고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요예측 후 발행규모 속속 확대
국내 산업계에서도 ESG투자 및 채권발행에서도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LG화학이 국내 일반기업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LG화학은 이 가운데 8200억원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으로 발행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한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LG화학의 8000억원대 ESG 채권 발행은 선언적 차원에 머물렀던 산업계의 ESG 경영이 본격 투자 및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기대다. 앞서 지난 9일 LG화학 회사채에 대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2조5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LG화학은 성공적인 수요예측에 힘입어 당초 계획인 6000억원 보다 회사채를 2배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LG화학의 이번 ESG 채권은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위한 그린본드와 일자리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본드가 결합된 지속가능본드로 발행될 예정이다.
LG화학은 ESG 채권으로 조달하는 8200억원의 자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 및 교체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 전액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3000억 원의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2조1100억 원이 몰려 4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채권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사업에 투입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연간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사명을 변경한 기아도 중장기 전략 '플랜S'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6.6%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아는 최근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기아는 회사채 전부를 ESG채권으로 발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만약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릴 경우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제철도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발행한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이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18일 총 25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에 대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예정 금액을 8배나 초과한 총 2조700억원이 몰려 회사채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렸다.

녹색채권 발행으로 친환경 기술개발 활발
지난해 조선업계 최초로 산업은행과 48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친환경 미래사업에 1조원 투자 방침을 밝히고,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 계획도 공개했다. 또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을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로 선임하며 ESG조직 정비에 나섰다. 같은 그룹 내 현대오일뱅크이 추진한 ESG채권에는 총 2000억원 모집에 1조3100억원의 자금을 몰렸다.
한국남동발전도 무보증 회사채 3000억원의 녹색채권(ESG)을 성공적으로 발행을 완료했다. 남동발전은 이번 발행금액 전액을 신재생에너지 REC 인증서 구매에 투입할 계획이다.
REC의 경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RPS제도의 일환이며, REC 구입을 통해 민간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REC의 구매의 대부분은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의 사업에 쓰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ESG회사채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로자리 잡을 것"이라며 "ESG채권 중 회사채로 발행되는 규모는 올해 2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국내 주요 그룹들의 경영화두는 ESG로 경영지침에 맞춰 투자가 확대되면서 ESG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초기에는 연기금 및 운용사 등 채권투자자들의 ESG채권 투자속도에 비해서 ESG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초과 공급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