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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탄소배출권 가격...배경과 전망은?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2.03.08 13:20
  • 수정 2022.03.0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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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탄소배출권, 유가와 디커플링...유가 급등 불구 급락
ING, 유동성 확보 요구 , 배출권 수요 둔화 전망, 기술적 매도 때문으로 진단
국내 ETF도 40% 폭락..."중장기적으론 투자 매력 높아"

2009년 6월 멜버른 정유공장이 내뿜고 있는 증기와 이산화탄소. 로이터=연합
2009년 6월 멜버른 정유공장이 내뿜고 있는 증기와 이산화탄소.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제껏 유가가 오르면 같이 오르고, 내리면 같이 내리는 동조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가격은 급락하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동성 확보 니즈, 배출권 수요 둔화 전망, 기술적 매도 등을  꼽을 수 있다고 ING가 7일(현지 시간) 진단했다. 

첫째, 투자자들이 주식 등 다른 자산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는 한편, 가격이 오르는 가스와 전기 구매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그동안 올랐던 유럽 탄소배출권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ING는 이런 움직임은 탄소배출권이 현금이 부족할 때 유동성 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둘째, 유가가 급등하고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탄소배출권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셋째,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하자 손절 매물이 나오고, 자동 매도가 촉발되는 등 기술적 매도세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관련 ETF도 40% 가까이 폭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이날까지 유럽 탄소배출권은 약 35%나 떨어졌다.

특히 지난 며칠 동안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11월 수준인 70유로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탄소 가격 변동 추이 (1톤당 탄소 가격, 단위: 유로). 출처=ING 리서치 & 레피니티브
탄소 가격 변동 추이 (1톤당 탄소 가격, 단위: 유로). 출처=ING 리서치 & 레피니티브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뜨거운 상승 열기가 감돌며 머지않이 100 유로 선을 돌파할 것 같았던 시장이 전쟁 발발이란 악재 앞에서 냉기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인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 ETF(400580)’과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400570)’ 등도 동반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 S&P ETF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 ETF는 각각 10.3%와 9.9% 하락한 9255원과 9275원을 기록했다. 거래일로는 7일째 연속해서 빠진 것이다.

하락세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달 24일 종가(14970원과 14935원)와 비교했을 때 오늘까지 7일 동안 하락률은 두 ETF 모두 38%나 된다.

배출권 투자자들, 천당에서 지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자 전문가들은 ‘저탄소 기술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연합(EU)이 2030년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기로 한 정책 패키지인 ‘핏 포 55(Fit-for-55 package)’를 내놓자 탄소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긍정론이 팽배했고, 1톤당 탄소배출권 가격은 100유로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 직후 분위기가 순식간에 돌변하면서 천당에 갈 것 같았던 투자자들은 지옥으로 향하는 듯 당황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탄소 배출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므로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장기 투자 전망은 여전히 밝아"

ING는 지금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 중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스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연내 석탄 사용이 늘어나고, 전력 분야 탄소 배출량도 동반 증가하면서 결국 탄소배출권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석탄은 전력 생산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2배 이상이다.

또 유럽의회에서 논의 중인 ‘핏 포 55’ EU 기후변화 전략이 추진되면서 탄소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짐으로써 결국 탄소배출권 시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투기세력까지 가담해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자 EU에 ‘핏 포 55’ 논의를 중단하라는 업계의 압박이 거셌지지만 ING는 EU가 이러한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EU ETS)에서 투기적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ING는 ‘핏 포 55’ 논의가 다소 지연될 수 있더라도 철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측했다. 탄소시장 활성화가 EU의 기후목표 달성 패키지의 핵심 사안이란 이유에서다. 

국내 ETF 투자자들도 대부분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뒤늦게 관련 상품을 매도하기 보다는 장기 보유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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