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 '모래와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표
건설에만 연간 500억t 사용, 자연 생산량보다 수요 속도 빨라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적응 위한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해야

[ESG경제=김민정 기자] 매년 지구에서 사용되는 자원 가운데 물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모래’와 ‘자갈’이다. 강과 호수, 해안가에 채취되는 모래는 기본적으로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며,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 서비스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모래의 양에 비해 인간이 써버리는 모래가 훨씬 많아 책임감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UNEP(유엔 환경 계획)은 지난 4월 모래에 대한 인류의 의존도를 고려해, 모래를 전략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채취 및 사용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UNEP의 그리드-제네바 팀이 발표한 ‘모래와 지속가능성: 위기를 피하기 위한 10가지 전략적 권장 사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모래 자원의 추출 및 관리를 위한 지침을 담고 있다.
모래는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와 번식지가 되고, 탄소 흡수원이나 정수기 역할을 하는 해양 식물 등 다양한 생물의 보존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모래는 국제 사회의 숙제인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및 기후 변화, 오염 및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의 위기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모래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글로벌 모래 사용량은 3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매년 41억톤의 시멘트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1톤의 시멘트에 섞에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모래는 무려 10톤에 이른다. 이는 건설부문에서만 연간 약 400억~500억톤의 모래를 소비된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래는 건설 자재뿐만 아니라 환경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전략적 자원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정부와 산업계 및 소비자가 모래의 진정한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인식한 상태에서 모래의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해안에 있는 모래의 양은 폭풍, 해일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전략 자원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까지 모래의 가치에 전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해안 복원력, 환경 및 경제에 대한 중요성 등을 이유로 해변에서 모래 채취를 금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더불어 해양 환경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방법에 대해 국제 표준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대부분의 해양 준설은 국제 기업에 공개된 공개 입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제 표준 개발은 매우 효과적인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UNEP의 그리드 제네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이자 기후과학자인 파스칼 페두즈는 “모래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달성하려면 모래를 사용해 만드는 제품과 인프라 및 서비스, 구축 및 소비 방법 등을 모두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의 저자들은 광물 폐기물의 매립을 금지하고, 공공 조달 계약에서 모래를 재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 등 모래에 대한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정책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래 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 권한을 설정하고, 모래 채취와 이용에 따라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결정에 반영되게 하라고 권고했다.
다행히 최근 국제사회에서 모래 사용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도 관찰된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의 98%에 재활용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의 경우에는 2050년까지 100% 재활용을 목표로 내세웠으며, 2030년까지 천연자원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페두즈 박사는 “국가와 세계기구가 모래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는 모래 자원의 이동을 추적,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모범 사례를 공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