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 지속 가능한 동물성 단백질 조달 정책 부족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보존, 기업에도 악영향 우려

[ESG경제=김민정 기자] 아시아지역 내 식품기업들의 ESG 정보공개가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 목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 리서치 앤 인게이지먼트(ARE)는 23일 아시아 식품 회사들의 ESG 정보 공개 수준을 조사하는 기초 연구를 수행한 결과, 지속가능한 동물성 단백질 조달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아시아 국가 10개 시장에 걸쳐 식음료, 접객, 소매, 케이터링 부문에 상장된 158개 아시아 기업들의 동물성 단백질 소싱 절차를 평가했다.
그 결과 아시아 대기업들 중 16%만이 책임 있는 소싱 정책을 ESG 보고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기업들이 내세운 지속가능성 목표에 크게 뒤떨어지는 수치다.
또 겨우 13%가 항생제 사용과 관련된 내성 위험을 인정했고, 동물 농업과 관련된 삼림 벌채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물 복지를 언급한 ESG 보고서는 단지 11%에 불과했다. 해산물과 관련된 지속가능한 소싱에 대해 논의한 기업은 18%에 그쳤다.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책임감 부족'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 기업 중 72%가 ESG 보고서를 출간하고 있었다. 이들 보고서의 대다수는 물, 에너지 사용 및 포장재 선택과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물 단백질 소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논의 자체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동물성 단백질 소비와 생산 모두에서 아시아의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모두 미래 시장 변화나 구매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역시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 고기를 대량으로 제조하면서도 동물 복지 기준과 미생물 사용에 대해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홍콩과 일본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정책들을 내세워 식품 조달 전략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태국은 책임 있는 해산물의 소싱 보고에 대해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필리핀은 같은 해산물 소싱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ARE의 지속 가능한 미래 식품 책임자인 케이트 블라삭은 “아시아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동물 단백질 수요 증가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아시아 기업들은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동물성 단백질 생산으로 인한 ESG 평가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 식품기업들은 더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동물성 단백질 생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회피하고 있는 ESG 위험들
아시아는 주요 육류 제조 및 수입국이다. 전 세계 육류 소비를 위해 양식 어류의 89%, 갑각류의 90%, 돼지의 58%, 닭의 35%를 생산하고 있다. 2021년에 31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이 수입되었고, 2020년에는 7750만 톤이 생산되었다. 이 엄청난 수요는 세계적인 삼림 벌채와 그에 따른 탄소 배출과 같은 문제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는 지속 가능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EU 등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은 추가적인 삼림 벌채를 최소화하고, 동물 복지 수준을 개선하며, 인간의 항생제 내성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시아가 책임 있는 소싱 정책 초안 마련에 뒤처지자, EU는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아시아 기업들은 비즈니스 공급망에서 책임 있는 ESG 소싱 및 보고서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BNP파리바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의 아시아태평양 스튜어드십 책임자인 폴 밀론은 성명을 통해 “책임 있는 공개를 위한 첫 단계로서,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담긴 보고서가 발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하지 않으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보존, 질병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은 아시아에서도 '자연 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NFD)'와 같은 새로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프레임워크가 연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