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입는데 들이는 에너지를 사회공헌에".
대중에게 친근한 신뢰감 주는 게 ESG에도 도움
[ESG경제=전혜진 기자]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대중에 대한 이미지는 그 기업의 경영 성과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 반응이 빠른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직관적으로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은 바로 옷차림이다. CEO의 패션은 은연 중에 경영 전략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기업 CEO들이 각종 언론 매체나 SNS 등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함과 신뢰감을 심어주는데 패션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 리더들의 T.P.O(의복을 경우에 알맞게 착용하는 것) 패션은 개인의 가치관은 물론 그들 기업의 분위기와 경영 전략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내고, 리더십과 경영 철학이 돋보이도록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활동이 녹아있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있어서도 CEO 패션은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매주 좋은 수단이다.
저커버그가 티셔츠에 청바지를 고집하는 이유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항상 똑같은 패션을 고수한다.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후드 집업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패션을 구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창업 전부터 편하게 즐겨있던 패션 스타일을 지금까지 줄기차게 유지하고 있다. 그의 옷장에는 같은 디자인, 같은 색상의 옷들이 단조롭게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저크버그는 자신의 옷차림에 대해 “사회 공헌과 관계가 없는 결정은 최대한 그 빈도를 줄이려 한다”고 그 이유를 말한다. 그는 “무엇을 먹고 입을지 등 작은 결단이라도 너무 빈번히 반복되면 일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불필요한일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중요한 안건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항상 같은 패션을 착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은 기업 브랜드의 창의적인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는 평가가 많다.
페이스북은 최근 ESG에 역행하는 기업 아니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빠른 정보 전달력이 전쟁과 시위 탄압, 폭력과 사회적 비리 확산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커버그는 이런 비판을 발빠르게 수용해 페이스북의 인권침해 계정과 위험 계시물들을 삭제하는 '인권정책'을 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빌 게이츠, 패션으로 차분하고 겸손한 이미지 구축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헐렁한 스웨터, 면바지 등 편안한 패션 스타일을 즐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지만 화려하게 이목을 끄는 옷차림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패션으로 겸손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패션에 큰 영향을 줬다. 헐렁한 후드티에 낡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는 미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되었다.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편안하다 못해 막 입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패션은 오래 전부터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자유롭고 창의적운 분위기를 대변해왔다. 직원과 임원은 물론, CEO들도 편안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
최근 들어 이런 실리콘밸리 패션은 IT 기업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갔다. 유통이나 제철, 출판 등 각종 분야의 CEO들이 캐주얼한 차림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고급 정장에 넥타이와 구두를 갖추는 격식을 벗어 던지고 편안한 패션으로 선회하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CEO들은 더 이상 회장님처럼 옷을 입지 않는다. 대신 이웃집 아저씨나 친구 같은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나는 역동적이고 여유로운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진단한다.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도 100년 된 전통적인 회사보다는 가정집 뒷마당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처럼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스티브 잡스, 패션으로 강력한 효과 창출

패션으로 가장 강력한 이미지 효과를 창출한 CEO는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다.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 니트, 그리고 가벼운 스니커즈를 착용하고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장에 등장하는 그는 기존의 가치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변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패션은 애플 제품의 신뢰를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착용하는 옷을 단순하게 통일시켜 중요한 혁신 업무에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쏟는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또한 항상 블랙 상의를 착용하고 등장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애플 제품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마다 직접 아이폰을 들고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은 기존 관행과 전통적 기준의 대기업 CEO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며 CEO가 곧 기업의 브랜드가 되는 현상을 끌어냈다.
잡스의 심플한 캐주얼 차림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IT 회사를 감성적으로 느껴지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대중들이 자사 제품을 캐주얼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케팅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도 정용진, 정의선, 구광모 등 젊은 총수들 패션 돋보여
ESG경영의 성패는 진정성과 아울러 이를 대중의 신뢰로 연결시키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 CEO 패션은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CEO 패션은 국내에도 조용히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패션을 통해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분위기를 쌓아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차분한 CEO 이미지를 연출하면서도 변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구광모 LG 회장은 특유의 젊음을 패션으로 보여주면서 창의성과 역동성도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