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표본 8개 중 7개, 돼지고기 8개 중 6개 오염
동물 사료에 함유된 플라스틱이 원인...사료 개혁 필요

[ESG경제=김민정 기자]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의 식량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네덜란드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샘플에서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발견됐다.
육류ㆍ우유 75% 미세 플라스틱 오염
비영리 해양 보존 단체 플라스틱 수프 재단(Plastic Soup Foundation)은 13일, 네덜란드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농장 동물의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내용의 파일럿 연구를 발표했다.
재단은 총 12개의 소 혈액 샘플과 12개의 돼지 혈액 샘플, 우유, 육류 표본을 채취해 폴리염화비닐(PVC-P),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PMA),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Styr-P),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의 함유 여부를 조사했다.
우유는 상점에서 구입한 패킹 제품뿐 아니라, 젖소에서 연구원들이 직접 손으로 착유한 농장의 원유까지 모두 사용해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채취한 소와 돼지의 혈액에서는 스티로폼의 주원료로 잘 알려진 폴리에틸렌과 폴리스티렌 등 미세플라스틱이 모두 검출됐다.
또 채취한 육류 및 우유 샘플의 75% 이상에서 플라스틱 흔적이 발견됐다. 육류 표본 중에서는 쇠고기 표본 8개 중 7개, 돼지고기 표본 8개 중 5개가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유의 경우,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우유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연구원들은 이러한 오염이 동물 사료를 통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가축들이 먹는 사료의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더불어 육류나 우유의 공급망에서도 오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에 참여한 헤더 레슬리 환경학 박사는 “동물 혈액은 공기나 물, 사료 등 다양한 노출 경로에서 플라스틱이 흡수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게 됐다는 것을 밝히는 결과가 됐다. 향후에는 플라스틱 노출의 전체 범위와 이와 관련된 위험을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플라스틱 수프 재단의 마리아 웨스터보스는 “가축 사료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육류 및 유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가축과 인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동물 사료의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간 혈액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발견
올해 초 국제환경저널에서는 건강한 성인 22명 중 17명의 혈액 샘플에서 4가지 플라스틱 미세 입자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서는 혈액을 여과해 700~50만 나노미터 정도의 플라스틱 입자를 수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인체 혈액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폴리(메틸 메틸 아크릴레이트, PMMA), 폴리프로필렌(PP), 스티렌(PS),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 다섯 가지였다.
미세 플라스틱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북극에서도 처음으로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에 위치한 해양 쓰레기 더미인 ‘그레이트 퍼시픽 가비지 패치(Great Pacific Garbage Patch)와 비슷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북극에도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은 환경, 특히 전 세계 바다의 식량 공급원을 오염시키고 산성 환경을 조성하며, 산호 백화와 온도 상승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딕 베탁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몸에 잔류하게 되는지, 혈뇌장벽을 통과해 특정기관으로 이동하는지 등을 계속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인간 적혈구 외막에 달라붙어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입자는 임산부 태반에서도 발견됐으며, 임신한 쥐 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폐를 통해 태아의 심장과 뇌 등의 기관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