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폴리에틸렌 대체할 친환경 소재 적용
당장 양산 가능... 카페 플라스틱 빨대 대안으로 기대

[ESG경제=권은중 기자] 쉽게 눅눅해지지 않으면서도 100% 자연 생분해되는 종이빨대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오동엽·곽호정 박사 연구팀과 박제영 서강대 교수 공동으로 폴리에틸렌(PE) 등 미세플라스틱 변환이 우려되는 화학물질의 코팅 없이도 쉽게 눅눅해지 않는 종이빨대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최신호(11월24일자)에 발표됐다.
이번 개발품은 현재 기술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식당이나 카페에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 규제에 소상공인들이 대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는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식당과 카페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빨대, 젓는 빨대 사용을 1년 계도기간을 주고 금지했다. 단, 종이 빨대는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유통되는 종이빨대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를 주로 사용한다. 종이만으로는 빨대가 쉽게 젖기 때문이다. 이 때 사용되는 코팅 물질은 종이컵 등에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이나 아크릴수지다. 그런데 폴리에틸렌은 자연 분해되지 않는데다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환된다. 또 이 빨대는 종이와 플라스틱이 섞여 재활용도 용이치 않다.
이에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Poly Butylene Succinate)를 사용해 폴리에틸렌 등 기존 화학물질을 대체했다. PBS는 석유계 폴리프로필렌과 유사한 물성의 폴리에스터 계열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연구팀은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인 PBS에 ‘셀룰로스 나노크리스털’을 첨가해 새로운 코팅 물질을 만들었다. 셀룰로스 나노크리스털은 일반적인 종이의 주성분과 같아 빨대 코팅시 종이 표면과 생분해 플라스틱을 밀착시킬 수 있다.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은 자연계에서 가장 많은 고분자 화합물인 셀룰로오스를 직경 20nm, 길이 200nm인 나노입자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소재다.

연구팀은 기존 종이빨대가 종이에 플라스틱을 균일하고 단단하게 코팅하지 못해 습기 침윤으로 쉽게 눅눅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빨대 표면에 균일하고 단단하게 붙는 새로운 코팅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이 종이빨대는 찬 음료뿐만 아니라 뜨거운 음료 속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뿐 아니라 탄산음료에 이용해도 기존 제품처럼 거품이 일지 않는다. 또 우유나 기름성분 등에서도 기존 빨대처럼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빨대는 코팅물질 자체가 종이와 생분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생분해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북 포항 북구 오도리 수심 2m 내외의 바닷물에 샘플을 담가 분해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 플라스틱 빨대와 옥수수 플라스틱 빨대는 120일 동안 분해되지 않았지만 이번 빨대는 60일 동안 무게가 50% 이상 줄었고 120일 후에는 완전히 분해됐다.
오동엽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작은 사례”라며 “사용하기 편한 일회용 플라스틱들부터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차근차근 바꾼다면 미래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