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환경부, "일회용 종이컵 규제 없다"...총선용 ‘선심성 정책’ 도마에

  • 기자명 권은중 기자
  • 입력 2023.11.07 16:48
  • 수정 2023.11.07 17:48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규제, 자발적 참여로 선회
대안으로 분리 배출 확대...친환경 제품 개발 업체 "허탈"
자율규제 지자체만 손해...국민 10명 중 9명 “규제해야"

환경부가 6일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환경보호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사진=연합뉴스
환경부가 6일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환경보호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권은중 기자] 환경부가 종이컵, 플라스틱빨대, 비닐봉투 등의 주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소상공인의 피해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부가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해 ‘환경보호’라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기존의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시행해온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 사용금지 조치에 대해선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환경부가 ‘자발적 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일정한 계도기간을 두고 시행해온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컵의 경우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규제 폐기 이유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 다회용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을 꼽았다. 환경부는 대안으로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는 대신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이유로 환경부는 소비자가 종이 빨대를 불편해 하고, 사업장에서도 2.5배 이상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하면서도 고객 불만까지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이유로 들었다. 다만 계도 기간의 종료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어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이미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속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쪽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의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낮은데 현재 이 (일회용품) 정책은 그대로 추진하기에는 너무 한쪽의 희생이 크다”고 말했다.

1년에 300억개 버려지는 일회용컵 사실상 손놓아

그렇지만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관련 정책을 실시했던 2019년과 정반대의 내용이어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2019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 무려 294억개의 일회용컵을 사용했다며 향후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제를 도입해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 일회용 컵 사용량을 84억개에서 55억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식당 등에서 종이컵 사용 금지와 컵 보증금제가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시행됐다. 또 정부 기관과 민간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품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이 조처를 번복했다. 정부의 입장 전환으로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일회용품 줄이기 위해 한 노력과 대체품 개발 기관과 민간기업의 기술이 유명무실해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런 정책 전환이 일회용품 정책의 전면적인 후퇴라는 질타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 1회용품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일회용품 양은 13.6㎏이며 우리나라 전체로는 연간 70만3000여t의 일회용품이 버려진다. 버려지는 일회용품의 49%가 종이컵 등 폐종이류이고, 41%는 플라스틱 컵을 비롯한 폐합성수지류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1회용품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일회용품 양은 13.6㎏이며 우리나라 전체로는 연간 70만3000여t의 일회용품이 버려진다. 버려지는 일회용품의 49%가 종이컵 등 폐종이류이고, 41%는 플라스틱 컵을 비롯한 폐합성수지류이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2020년 1년 동안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양을 19㎏로 추산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1인당 연간 1.4㎏(102개)씩 쓰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9개 업체의 일회용 컵 사용량만 작년 기준 10억 3590만여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종이컵은 43%, 플라스틱 컵은 57%였다.

환경부의 이번 일회용품 규제 포기에 대해 그동안 일회용품을 줄이려 노력해온 국민들이나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업체 등은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다회용컵이 시범도입됐던 세종시와 제주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정책을 폐기하려면 왜 일부 지역에만 희생을 강요했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임성준 환경부 차관은 정책 변화로 신뢰를 무너뜨린 점에 대해서는 "애초 도입할 때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라며 "(규제 강화에 발맞춰) 미리 준비한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일이다.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환경부의 정책 번복은 시민들의 일회용품 저감 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작년 10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7.3%에 달했다.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이날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포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환경부의 정책 선회를 비판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환경부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했다”며 “환경부는 이번 제도 유예를 발표하며 산업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