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3차 협상 진행...정부, 일회용 규제 철회 '일관성 상실'
한덕수 총리 '탈플라스틱 사회 기반' 강조...기업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ESG경제=박가영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UN 회원국들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3차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은 올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2차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2)’에 이은 것으로 일주일 간 진행될 예정이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이번 3차 협상을 앞두고 3,162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를 통해 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및 폐기 등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 유니레버, 존슨앤존슨, 스미토모화학 등 정보공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모두 합쳐 31조 달러(약 4경 원)에 달한다.
협상 통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적 규제 방안 만들기로
CDP의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의 플라스틱 산업은 현재까지도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상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지구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구속력있는 법적 규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24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협약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관리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각국 정부로 구성된 정부간협상위원회는 내년 상반기에 캐나다에서 4차 회의,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5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9월에 공개된 협약 초안은 ▲국가별 감축 계획 수립·이행·보고 ▲재사용 목표 수립 ▲일회용 플라스틱의 단계적 퇴출 ▲일자리 손실 등 사회적 영향 고려 원칙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번 3차 협상에서는 국가별 모니터링을 위한 기업의 공시의무에 대해 논의 중이다. 3조5,000억 달러(약 4,562조 원)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는 48개 금융기관에서도 정부에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에 기업 공개 의무 사항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2024년에 협약이 체결된다면 처음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 플라스틱 규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 "국제 협약 제정 및 이행에 기여하겠다"...실제 정책은 '역행'
국내에서는 지난 7일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치의 계도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됐다. 환경부는 종이컵 규제를 없애고 비닐봉투에도 과태료를 매기지 않으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에 대한 계도 기간도 무기한 연장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없앤 것이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반(反)환경적 정책이며 당장 지난달에 정부가 발표했던 플라스틱 규제 지지 입장을 완전히 뒤엎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일회용품 규제를 준비하던 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었으며, 플라스틱 퇴출 이후를 대비해 생산을 대폭 늘렸던 종이빨대 제조업체들은 재고 문제로 인해 도산 위기에 몰렸다.
한편 해외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EU의 경우 2년 전부터 플라스틱세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국제 플라스틱 협약도 내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규제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된 것이다.
'오락가락' 일회용품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울산광역시 소재 SK지오센트릭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순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환경 규제의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순환 경제 전환의 핵심 중 하나는 플라스틱"이라며 "플라스틱 폐기물량 증가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탈(脫) 플라스틱 사회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완화 조치를 취한 뒤 한 총리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더구나 2024년 하반기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이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에 일회용품 계속 사용을 결정한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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