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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디자인의 미래, ESG에서 찾다...'서울디자인 2023' 가보니

  • 기자명 김연지 기자
  • 입력 2023.10.30 17:28
  • 수정 2023.11.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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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까지 DDP에서 '가치있는 동행' 주제로 열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 강조
국내외 기업과 디자이너, 소상공인, 대학 등 참여

'                   서울디자인 2023'의 홍보 포스터
'                   서울디자인 2023'의 홍보 포스터

[ESG경제=김연지 기자] 매년 10월, K-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서울시 대표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이 열린다. 올해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나볼 수 있다.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서울디자인 2023>의 주제는 ‘가치 있는 동행’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외 기업과 디자이너, 소상공인, 대학생 등이 참여한 디자인 전시, 컨퍼런스, 마켓, 부대행사 및 이벤트 등 2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SG경제>는 ▲기업 전시&팝업 ▲기업+영디자이너 브랜드 전시 ▲소상공인 ESG 트렌드마켓 현장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통통튀는 ESG 기업들의 향연: 기업 전시&팝업

① 지금은 재생가능의 시대, 러쉬 코리아

매장의 패블라이트로 만들어진 러쉬의 마스코트 리토(출처=ESG경제)
매장의 패블라이트로 만들어진 러쉬의 마스코트 리토(출처=ESG경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DDP 입구)를 나오자마자 오색찬란한 토끼가 방문객들을 환영한다. 토끼는 각종 스파제품으로 유명한 러쉬 코리아의 마스코트 ‘리토’다. 이날 행사장에 진열된 리토는 러쉬 매장에서 사용된 패블라이트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재생가능성을 상징하는 리토와 함께 행사장은 ‘리토의 리제너레이션 팜(Regeneration Farm, 재생가능한 농장)’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리토의 농장에서 ‘재생가능’ 스티커가 붙은 채소를 찾아내고, 미션을 수행하면 각종 재활용 제품들을 선물받게 되는 식이다. 

리토의 농장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출처=ESG경제)
리토의 농장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출처=ESG경제)

지속가능이 아닌 ‘재생가능’이라는 개념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러쉬코리아 마케팅 본부 이예서 주임은 “지속가능성은 결국 상태 유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시대에는 지속가능성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내에서는 재생가능성이라는 개념이 비교적 생소하기 때문에 고객님들이 재밌게 채소를 찾으며 재생가능성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쉬는 이미 재생가능 기업경영을 다방면에서 실천하고 있다. ▲전제품 중 50% 이상을 포장재가 없는 네이키드 제품으로 판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포장재는 재활용 종이와 면제품 사용 ▲제조 공장과 본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용 그린허브를 통해 재활용 ▲각종 비영리 단체와 연합한 플로깅과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운영 등이 그것이다. 

공급망 차원에서의 윤리경영도 지속하고 있다. 러쉬의 거래처는 아동착취와 동물실험이 금지됨은 물론, 원재료의 수급경로를 투명히 공개하여 자연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재배 행위도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실제로 러쉬는 2018년 생태계 보호 단체 SOS와 협업하여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되찾아주는 ‘웨스트 토바 포레스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에서 러쉬는 오랑우탄 배쓰밤을 출시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 수익금 전액으로 팜 오일 산업에 오염된 50헥타르의 땅을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땅은 다시 열대우림으로 복원돼 오랑우탄과 각종 생명종들의 서식지가 되었다. 

나아가 성적 다양성을 포용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근무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예서 주임은 “이번 <서울디자인>의 공식 홍보 문구에 ‘서울 시민 모두가 즐기는 대표적인 디자인 축제’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성별, 나이, 직업, 티켓유무에 상관없이 러쉬 행사장을 찾는 모든 분들이 재생가능성의 시대를 엿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②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빛을, AYANTU의 솔라카우 프로젝트

관람객들이 AYANTU의 커피를 시음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다(출처=ESG경제)
관람객들이 AYANTU의 커피를 시음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다(출처=ESG경제)

향긋한 배쓰밤의 향기를 뒤로 하고 행사장 초입에 들어서면, 묵직한 커피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버려진 커피자루를 쌓아올려 만든 부스 내벽에는 AYANTU라는 브랜드명이 적혀있었다. 그 이름도 생소한 AYANTU는 아프리카에서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태양광 스타트업기업 ‘요크(YORK)’가 런칭한 새로운 커피 브랜드다.

AYANTU는 각국의 커피 농장에서 출품된 커피 중 최고의 커피를 심사하는 CoE(Cup of Excellence)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농장들의 제품만을 엄선하여 제공한다. 물론 현지 농부와 관계를 맺고 직접 거래를 통해 제공되는 공정거래 커피다.

직원이 관람객들에게 솔라카우 패널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ESG경제)
직원이 관람객들에게 솔라카우 패널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ESG경제)

AYANTU의 커피가 특별한 것은 커피의 품질 때문만이 아니다. AYANTU 커피의 매출액 중 약 10%는 솔라카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사용된다. 2019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100대 최고 발명품’으로 뽑히기도 했던 솔라카우는 전기 수급이 어려운 아프리카 지역에서 전기 수급과 아이들의 학교 출석률 증가를 위해 발명됐다.

실행 방법은 이렇다. 우유병 모양의 보조배터리 솔라 밀크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태양광 패널로 만들어진 소 모양의 충전 덱 솔라카우를 학교에 설치한다. 이는 전기가 귀한 아프리카에서 솔라카우는 부모들이 아이를 집안일에 동원시키거나 일터에 보내지 않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집에서 소를 키우기 위해 혹은 집에서 4-5시간 거리의 충전소에 가기 위해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야할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솔라카우가 충전되는 동안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솔라카우는 아이들의 수업시간만큼 느리게 충전되도록 제작됐다. 그간 세계은행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에게 조건부 현금지급을 해왔는데, 솔라카우는 현금성 보상보다 낮은 유지비용으로 지속가능한 교육과 전기 수급을 이뤄낼 수 있었다.

요크의 장성은 대표는 “이전까지 솔라카우는 기업과 국가기관 등이 의뢰를 해서 설치되었다면, 이제 일상에서 AYANTU 커피 한잔을 마시는 모든 시민 분들이 솔라카우의 빛을 밝히는 협력자가 된다”고 말했다. 

③ 모여라! 맹그로브 놀이터

맹그로브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탑승한 아이의 모습(출처=ESG경제)
맹그로브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탑승한 아이의 모습(출처=ESG경제)

AYANTU를 지나 행사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놀이터가 나온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의 찢어지는 웃음소리와 재잘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놀이터를 기획한 기업은 맹그로브. 코리빙(Coliving) 하우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맹그로브는 S(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청년세대들이 겪는 주거 불안정, 즉 값비싼 주거비용과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하는 좁은 주거 공간, 거기에서 오는 사회적 단절, 안전하지 못한 주거 등을 해결하고자 시작했다. 맹그로브는 고민 끝에 코리빙이라는 대안적 주거 형태를 고안해냈다. 안전한 개인의 주거 공간을 보장하되, 커뮤니티 시설과 공유 주방을 만들어 공간의 사회적 연결성을 확보한 것이다. 

공기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출처=ESG경제)
공기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출처=ESG경제)

맹그로브 놀이터는 이러한 기업의 핵심가치를 단적으로 드러낸 체험형 전시다. 맹그로브의 브랜드 마케팅팀 이성국 팀장은 “맹그로브는 청년층이 공동의 주거 공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고 부딪치며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번 전시도 그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저기 있는 공기 수영장도 함께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내 공간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영향을 받는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신체적으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간 청년층의 주거문제에 천착해 온 맹그로브는 앞으로 시니어 주거, 육아를 하는 부부들의 주거로까지 고민을 확장해갈 예정이다. 

미래의 ESG 디자이너 육성하기: 기업+영디자이너 브랜드 전시

기업들의 알록달록한 팝업 전시장을 지나 뮤지엄관으로 들어서면, ESG 디자인 제품과 브랜드 전시장이 펼쳐진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9개 디자인 대학과 13개 기업이 참여해 함께 ESG 제품을 디자인했다.

서울시립대학교와 아모레퍼시픽이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샴푸 브러쉬(출처=ESG경제)
서울시립대학교와 아모레퍼시픽이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샴푸 브러쉬(출처=ESG경제)

서울시립대학교와 아모레퍼시픽은 모발과 머리를 감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8개의 샴푸 브러쉬 제품을 개발했다. 제품은 코코넛 껍질을 재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다.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학과에 재학중인 김다연 학생은 “‘가치있는 동행’이라는 주제 아래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머리 감는 행위를 자세히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 그리고 친환경적인 소재와 재활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보람찼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와 테이팩스가 함께 개발한 포장디자인(출처=ESG경제)
한양대학교와 테이팩스가 함께 개발한 포장디자인(출처=ESG경제)

한양대학교와 주방용품 브랜드 유니랩을 보유한 테이팩스(TAPEX) 역시 ESG를 고려한 제품 포장디자인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를 소중히 여기는 의미에서 ‘수화’ 모티브 캐릭터를 포장 디자인에 넣고, 포장재는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향균 보드 네이처 팩 용지로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에 재학중인 4학년 고민지 학생은 “ESG라는 개념은 학생 입장에서는 생소한 단어였는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업들이 이렇게 다양한 ESG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 사회에 진출해 디자인을 하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ESG 요소를 고려하며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환경단체와, 가치있는 동행

무안디 유혜주 대표가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출처=ESG경제)
무안디 유혜주 대표가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출처=ESG경제)

행사가 진행되는 DDP 곳곳에는 각자만의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부스가 즐비했다. 기업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속가능한 제품을 고민하고, 생산해온 상인들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해 꾸준히 알리며, 동네 상점들의 ESG 문화를 선도해온 상인들이 많다.

소상공인 ESG 트렌드마켓에서 부스를 운영한 무안디의 유혜주 대표 역시 친환경 면을 소재로 한 쿠션을 판매하고 있다. 유혜주 대표는 “친환경 소재의 제품들은 고객 입장에서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플라스틱 소재 제품들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ESG 경영과 친환경적 제품 생산에 관한 정부 정책과 체계가 구성되어, 시민사회로 자연스럽게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이 진행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출처=ESG경제)
서울환경연합이 진행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출처=ESG경제)

환경단체들의 재기발랄한 캠페인도 돋보였다. 1988년부터 생명ㆍ평화ㆍ생태의 가치를 보호해온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 서울환경연합은 방앗간을 열었다. 떡을 찧는 방앗간 대신, 플라스틱을 분쇄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이다.

서울환경연합은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은 분리배출을 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작은 플라스틱을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시민들에게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은 뒤, ▲재질과 색별로 분류해 분쇄하고, ▲분쇄된 플라스틱 녹여 새로운 제품(비누 받침대, 치약 짜개, 키링, 카라비너 등)을 만드는 식이다.

서울환경연합의 장지은 시민참여팀장은 “플라스틱 방앗간에 대한 시민 분들의 참여가 상상 이상”이라며, “어떤 분들은 일부러 찾아와 플라스틱 병뚜껑을 주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설명을 듣고 돌아가 다음날 플라스틱 병뚜껑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서울디자인 2023>의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 자원을 재발견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잘 읽어낸 기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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