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로 암 투병 소방관 후원
수익의 절반 소방단체에 기부...제품 질과 디자인 호평으로 매출 꾸준히 신장

[ESG경제=이가은 기자]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를 통해 암 투병 소방관을 후원하는 브랜드로 가치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119레오'. 이 회사의 이승우(30) 대표를 5월 4일 국제소방관의 날을 기념하여 문을 연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만났다.
'Rescue Each Other(서로가 서로를 구한다)' 쇼윈도에 적힌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이 작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소각될 뻔한 방화복의 새로운 탄생이다.
경영과 소방관 처우개선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승우 대표에게서 청년 ESG 사업가의 개척 정신과 열정을 읽어볼 수 있었다.
▶먼저 119레오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119레오는 소방관이 입었던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하는 회사입니다. 'Rescue Each Other' 약자로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주요 미션은 암 투병 소방관을 후원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기부 범위를 확장하여 소방관 처우개선 및 화상을 입은 아동의 후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119레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건국대 건축학과에 다니던 2016년 인액터스(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갖춘 실천형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글로벌 대학 연합 단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119레오' 이름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벌써 7년에 접에드네요.
119레오는 2014년 31살의 나이로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은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아픈 소방관들이 공무상 상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방관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습니다.
▶기부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요.
시작 당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금의 전액을 기부하는 형태였습니다. 지금은 50%를 기부합니다. 2018년 기부금을 전달해 드린 소방관 분들이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시면서 소방관 처우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괜한 희망을 드린 것 같아 자책도 했지만 사회에 외면당하고 외롭게 암 투병하던 소방관들을 세상에 알려줘서 고맙다는 유족들의 말에 힘을 얻어 이제까지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가치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매출과 수익도 꾸준이 신장하고 있습니다. 방화복 소재의 견고함과 독특한 색상, 디자인으로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방관의 처우는 어떤지요.
소방관은 암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많이 걸립니다. 미국의 경우 근속연수 5년 이상이면 공무상 상해로 인정하고, 5년이 아니어도 소방관이 아닌 국가가 밝혀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무상 상해 인정을 받아야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직무와의 관계성을 본인이 직접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기부 실적과 기부금의 사용처가 궁금합니다.
최근 누적액이 1억 원을 넘었습니다. 암 투병 소방관 13명을 후원했습니다. 소방관 PTSD, 소방관 권리보장, 화재피해 아동 지원 등 연관된 곳으로 기부 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제품 판매 수익금의 50%를 소방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가격의 10% 정도가 기부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부를 원하는 기업과 협업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협업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최근에는 롯데호텔 서울과 함께 협업을 하여 119레오 제품이 포함된 롯데호텔 숙박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119레오 상품 매출에 대한 기부는 물론이며 올해부터는 롯데호텔의 수익금도 함께 기부되고 있습니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프로모션으로 고객과 협업하는 기업이 모두 좋아해 주셔서 만족스럽습니다. 상품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어 추가 주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협업방식으로 생각됩니다.
▶폐방화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화복에는 소방관들이 사람을 구한 기억과 노고가 담겨있습니다. 소방관을 지켜주는 방화복을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여 의미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소재 면에서도 탁월합니다. 방화복은 아라미드 섬유로 만들어집니다.
한 벌 제작 시 1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고가 소재인만큼 튼튼하고, 활용도가 높습니다. 전 세계 20개가 채 되지 않는 국가만 방화복을 사용하고 있어 희소가치도 충분합니다. 전국 1년 평균 70톤의 방화복이 버려지고 있어 자원 수급에 강점이 있습니다.
▶폐방화복 업사이클링은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텐데요.
방화복은 소방관을 보호하는 중요한 소재이지만, 폐기할 때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119레오는 지금까지 방화복 17톤을 업사이클링 하였고, 약 4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였습니다.
버려진 방화복은 소각 후 매립됩니다. 아라미드 섬유는 일반 소재보다 고열로 태워야 하기 때문에 소각하는 무게의 두 배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아라미드 섬유 외에도 실과 다른 소재들이 함께 타기 때문에 2.5배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소방서로부터 불용 심의가 완료된 방화복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수거 방화복은 지역 자활센터 작업장에서 세탁 완료 후 임가공 작업장으로 이동됩니다. 방화복에 붙은 주머니, 리플렛터, 지퍼 및 기타 부속품과 박음질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만든 원단은 전문 공장에서 디자인에 맞게 자르고 이어 붙여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제품 디자인은 주로 저와 팀원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 개발을 더욱 활발히 하기 위해 외주 디자이너 분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겠군요.
업사이클링 과정을 지역 자활센터와 연계하여 지역의 폐기물은 그 지역의 자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 자활센터와 파트너쉽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과 광진 두 곳에서 총 22명의 자활센터 근로자들이 폐방화복의 세탁과 분해 과정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향후 목표와 계획를 듣고 싶습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지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친환경 회사로 성장이 필요합니다. 자활센터와 협업을 전국으로 확장하여 각 지역의 폐방화복 수거부터 세탁 및 분해까지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작업이 끝난 상태로 이동할 경우 부피가 10분의 1로 줄어들고, 물류 이동 비용이 절감되면서 이산화탄소 절감도 가능해집니다.
환경 경영을 통해 더 많은 암 투병 소방관을 후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가치를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더 가치 있는 성장을 위해 투자 유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119레오와 협업 또는 투자를 원하는 기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승우 대표와 팀원이 보내온 7년 동안의 여정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암 투병 소방관의 처우개선이라는 미션 수행에 고민이 집중되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봤다면 119레오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떠나는 소방관을 보면서 심적으로 힘들어하기 보다는 더 빨리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먼저 고민하게 된다"는 그에게서 확신과 진실함이 느껴진다. 소방관을 살리면서 환경도 살리는 119레오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