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F 구성해 49년만에 불꺼진 포항 제철소 대비 상황 점검
사전 대책 소홀 여부 확인되면 최정우 회장 리더십 흔들릴 수도
정권 바뀌면 거버넌스 문제 반복적으로 터져 관련 추측 키워

[ESG경제=권은중기자] 태풍 ‘힌남노’ 피해로 창사 이후 49년만에 처음 포항제철소 고로의 불이 꺼진 포스코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서면서, 포스코 거버넌스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포스코의 사전 예방 소홀이나 축소 보고 여부를 이유로 현 경영진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포함한 자사 및 협력사 임직원 1만5000명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피해에 따른 포항제철소 정상화를 위해 17일부터 주말 이틀 동안 대대적인 복구 작업을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포스코 자료를 보면, 침수된 포항제철소 압연공장의 배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압연공장 전력 공급도 이날 67%까지 높아졌다.
또 포스코는 지난 12일 포항제철소의 3개 고로를 모두 정상화한 데 이어 15일 쇳물의 성분을 조정해 고체 형태의 반제품(슬라브 등)으로 생산하는 제강과 연주 공장도 복구를 마쳤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전기강판 공장, 10월까지 후판 공장, 12월 초까지 냉연·열연 공장을 복구하며 3개월 안에 포항제철소의 정상화를 이루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포항제철소의 완전 정상화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정부는 브리핑에서 “민관합동조사단(단장 민동준 연세데 교수)을 통해 이번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 말해 주목을 끌었다. 정부 브리핑에서 나온 ‘충분히 예보된 상황’이라는 표현 탓에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경영진에 대한 책임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정권 초반에 포스코 경영진의 거버넌스와 관련된 이슈가 늘 불거져 나왔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포스코는 2000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민영화가 되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중도 사퇴하는 상황이 재연돼 왔다.
포스코는 "천재지변일 따름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보도자료를 내고 “포스코가 태풍이 오기 전에 전 공정 가동 중단 조처 등의 사전 대비가 있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폭우와 포스코 인근 냉천의 범람에 의한 천재지변’”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태풍에 따른 포스코의 피해와 관련해 “철강업체 경영진의 문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포스코를 문책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이 장관은 "산업부의 가장 큰 관심 사안은 철강제품 수급 영향"이라면서 "경영진 문책 등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거버넌스 등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의도나 목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내에선 전기강판, 스테인리스스틸, 선재 등 3개 강종이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고 있는데, 현재 재고는 3∼6개월 분량으로 파악된다"며 "철강 제품의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전기차 등 자동차 생산까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수급 (정상화)에 1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 장관은 포항제철소 침수의 주요 원인을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으로 꼽았지만, 한편으론 포스코의 태풍 대비 수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직접 방문해서 보니 포스코 쪽으로 가면서 폭이 좁아지는 냉천의 구조적 문제도 (침수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전에 태풍 예고가 많이 되면서 기업도 사전 준비할 시간이 좀더 주어졌기 때문에 더 강하게 준비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최정우 회장 책임론 공방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포스코 침수 피해의 원인이 포스코 경영진의 태풍 대비 미흡이 아니라 그동안 하천 정비 사업으로 냉천이 폭우 피해에 취약해진 탓이라며 최근 불거진 '경영진 문책론'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포스코가 지난해 영업실적이 좋았던 만큼 내부에서도 200억∼300억원을 들여 재해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경영진이 (태풍 피해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맞섰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해, 다음달 열릴 국정감사에 포스코 최 회장 등 경영진이 국정감사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는 10월4일부터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산자중기위 소관 기관들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침수는 불가피한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였다”며 “회사가 사전에 방재 대책을 마련해 대형 화재 등의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또 관련 업계 관계자는 “천재지변인 태풍 탓에 생긴 철강수급 불균형에 따른 산업계 피해를 막는 대책 마련이 급선무지 지금처럼 정부가 책임을 묻겠다는 뉘앙스를 주는 접근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2021년 ESG 보고서에서 포스코의 중요 이슈(Meterial Issue) 2번째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은 바 있다. 보고서에서 포스코는 “폭우, 홍수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 현상에 따라 원료 조달 차질 등 잠재적인 물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의 대응방법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적용 등만을 언급했다. 따라서 앞으로 폭우나 홍수와 같은 직접적인 자연재해에 대비해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