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여성 진출도 대폭 확대.
역할 따라 책임도 커져...사외이사 평가 관심

왼쪽부터 삼성증권 감사위원으로 영입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물산 사외이사에도 선임됐다.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호텔신라와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진=ESG경제 DB
왼쪽부터 삼성증권 감사위원으로 영입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물산 사외이사에도 선임됐다.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호텔신라와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진=ESG경제 DB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상장회사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하는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상장사들이 ESG경영을 잇따라 선언하고,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두는 사례가 급증한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단순이 이사회 과반이라는 사외이사 요건을 맞추던 관행에서 벗어나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일할 사외이사를 찾아나섰고, 적임자를 찾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학자 출신 보다는 행정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들의 인기가 높았다. 이사회의 다양성 차원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려는 경쟁도 심해졌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정부 관료 출신들이 대거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맡았다. 그 중 상당수는 2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보다 강화된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경영에 따라 마땅한 인물 영입에 난항을 겪자 겹치기로 인사를 영입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주총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임 전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CJ ENM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도 맡고 있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물산 사외이사에도 선임됐다.

이외에도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 정용선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2곳 이상의 기업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전 차장은 에쓰오일과 이마트, 정 전 부원장보는 미래에셋증권과 금호석유화학, 이 전 실장은 SKC와 LF 등에 사외이사에 각각 선임됐다. 

이러한 관료출신들의 겹치기 선임은 대기업 이사회가 거수기에 지나지 않다는 잇따른 지적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그만큼 인물난에 허덕인다는 얘기일 수 있다. 적당한 거수기 인사 보다는 시장에서 검증된 확실한 인물을 영입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사외이사 후보 여성과 전문 기업인과 EGS전문가 등의 인기가 급상승해 여러 곳에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왼쪽부터 SK 사외이사로 영입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사회공헌과 ESG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아에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된 조화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학자로는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마트는 첫 여성 사외이사로 김연미 성균관대학교 부교수를 선임했다. 사진=ESG경제 DB
왼쪽부터 SK 사외이사로 영입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사회공헌과 ESG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아에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된 조화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학자로는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마트는 첫 여성 사외이사로 김연미 성균관대학교 부교수를 선임했다. 사진=ESG경제 DB

특히 여성은 올해 다수의 기업에서 영입 최우선 대상으로 꼽혔다. 여성은 이사회의 다양성에 기여해 ESG경영을 촉진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내년부터 대셩 상장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가총책 상위 100개 기업에 33명의 여성이 사외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SK(주)는 사외이사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영입했다. 그는 사회공헌과 ESG경영에 밝은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기아에 첫 여성 사외이사로 조화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그는 정치학자로는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에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마트는 첫 여성 사외이사로 김연미 성균관대학교 부교수를 선임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 과정과 듀크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홍익대학교 법학대학 조교수를 거쳤으며 자본시장법과 상법에 정통한 전문가다.

전문기업인 중에서는 김상현 전 네이버 대표는 LG와 우아한형제들의 사외이사에, 이웅범 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포스코케미칼과 현우산업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솔루션은 40대 벤처기업가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선임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올해 사외이사로 영입에 기업들이 인물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관예우를 고려한 특이한 이력도 있지만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이 두드러진 게 올해 주총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평가에 대한 관심 커져

ESG경영 등으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진 만큼 책임도 막중해지고 있다. 회사 경영이 잘못될 경우 법률적이나 도의적으로 사외이사의 책임을 묻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ESG평가 및 의결권자문 기관들은 회사 최고경영자(CEO)에 책임을 물을 일이 발생할 경우 이사회 안에서 사전에 감시와 견제 역할을 미흡하게 한 사외이사들에게 연대 책임을 묻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자문회사인 ISS는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와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의 사외이사에 대해 CEO를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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