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 마련
하나금융그룹도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가동
재계, 자본시장법 개정안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분주
[ESG경제=이진원 기자] ESG 경영이 최근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여성 리더 양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일명 '유리천장'으로 불리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는 데 금융사들이 앞장서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한국씨티은행에서 민간은행 최초로 여성은행장이 나왔고, 곧이어 12월 농협금융지주가 농협금융 최초로 여성 임원 두 명을 발탁하기도 했지만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권엔 여성의 승진을 막는 견고한 유리천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 비율은 몇 년째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한 언론사가 2020년 9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시중 은행이 주력 계열사인 금융지주 5곳(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NH농협금융지주)과 산하 은행, 지방은행 및 그 지주사(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그리고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등 총 20개사의 이사회 구성을 분석해본 결과 은행 이사회에서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한 명도 없는 곳도 수두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사들은 ESG 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ESG의 한 요소인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에 속하는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유리천장' 깨질까...주요 금융사들, 여성 임원 육성에 나서
하지만 주요 금융사들이 여성임원 육성에 나서면서 과연 이런 분위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1일 '우리WING' 1기 발대식을 가졌다. 여성 인재들이 주도권을 갖고 구성원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선발된 인원은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리더십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그룹 코칭 및 전문가 특강 등을 통해 리더십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도 그룹도 15일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 가동을 시작했다. 하나 웨이브스는 하나금융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할 목적으로 출범한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그룹 내 여성 부점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각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을 받아 34명을 선정했다.

'하나 웨이브스' 출범식 날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그룹 내 여성 임직원들을 향해 "여성 리더들이 혁신의 파도를 일으켜 그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한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부터 '신한 쉬어로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4기 참여자 44명을 선발해 6개월간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운영·사업추진·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룹 멘토링 과정 등을 통해 미래 여성 리더로 거듭날 전망이다.
KB금융도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2023년까지 임원의 20%를 여성 인재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ESG 열풍에 자본시장법 개정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열 올려
재계에서는 올 들어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여성을 기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SG 경영 열풍과 함께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사실상 1명 이상 두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30대 그룹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가 설치된 16개 그룹의 51개사 위원장 및 위원 207명의 주요경력, 연령대, 성별 등 인적 사항을 분석해(2개사 복수 선임 위원 포함, 6월 3일 기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ESG위원회 위원은 '관료와 교수', '60대', '남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장과 위원 207명의 주요 경력으로는 교수직이 40.1%(83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업인(33.3%), 고위공직자(11.6%), 법조인(8.7%) 순이었다.
또 위원들의 성별은 남성 비율이 압도적이어서 전체 207명 중 남성은 181명으로 87.4%를 차지했다. 여성 26명(12.6%)과 비교하면 9대1의 비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