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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채권 발행기업, 목적대로 돈 썼는지 인증받아야

  • 기자명 김도산 기자
  • 입력 2023.01.15 23:40
  • 수정 2023.01.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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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ESG채권 인증평가 가이드라인' 시행
'그린 워싱' 예방 위해...강제 아닌 자율규제 형식
SK하이닉스, 국내 첫 SLB채권 10억불 발행 성공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도산 기자] 앞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ESG 관련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그 돈을 실제 ESG 관련 사업에 투입하는지 신용평가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명목만 ESG로 하고, 다른 용도로 돈을 전용하는 그린위싱(위장 환경주의)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ESG 채권 인증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다음 달부 터 시행한다고 15알 밝혔다.

국내 업계의 ESG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신용평가회사들은 등급평가 형태로 ESG채권의 적격성을 인증하고 있다. 그러나 ESG 인증평가 관련 법규가 없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현재 ESG채권 인증평가 등급은 모두 1등급으로 평가되는 등 정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나서 ESG채권 발행시장 정비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감원 정식 규정이 아니라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 모범규준 형식이라 권고 성격이 강하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을 일단 시행해 본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정식으로 규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에 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신용평가사가 ESG채권 인증평가 때 준수할 원칙과 방법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신용평가사는 ESG채권 인증평가 업무 계약을 맺을 때 '자금 사용처를 검증하겠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그간 ESG채권은 발행 후 자금 사용에 대한 전문기관의 검증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은 발행회사가 공개하는 자금 사용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ESG채권 조달 자금이 목적대로 쓰이는지를 신용평가사들이 살펴 확인하게 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또한 ESG채권의 실제 자금 투입 비율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조달 자금 중 실제 ESG 관련 사업의 자금 사용 비율 기준을 정확히 기재해 인증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가령 자금의 ESG 사용 비율이 85% 이상일 때 1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지난해 국내 ESG채권 발행액 59조원 달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총 58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8000억원(-4.5%) 줄었다. 이는 시중금리 급등과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신용위험 증가로 ESG채권 수요 또한 줄어든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채권 발행 총액이 전년 대비 54.5조원(-6.6%) 감소한 774.1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줄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 ESG채권 발행액이 증가세로 돌아서 평균 30%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흐름에서 국내 ESG채권 발행도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 처음으로 지난 11일 10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 을 발행했다. SLB는 ESG경영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등이 조정되는 ESG채권이다. SLB는 발행 기업이 약속한 환경·사회적 개선 목표(SPT)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 유인 효과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이번 SLB 발행의 조건으로 온실가스 직간접(스코프 1, 2) 배출량 집약도를 2020년 실적 기준으로 2026년까지 57%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매년 감축 실적을 공개하고 2026년이 지나면 최종 목표 달성도를 측정해 결과에 맞게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 SLB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반 ESG채권 발행이 지난해 전년 대비 20% 정도 감소한 반면 SLB 발행량은 15% 증가했다.

채권 발행 기업들도 전통적인 ESG채권보다 SLB 발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ESG채권이 녹색분류체계(Taxonomy) 등에 적격한 활동으로 자금 사용처를 제한하는데 비해 SLB는 일반 기업금융 목적으로도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에서도 SLB를 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는 어떤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는 2020년 개설한 사회적책임투자(SRI) 전용 세그먼트(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에 SLB를 새롭게 추가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동일한 발행 기회를 열어놨다.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SLB 도입은 국내 ESG채권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SLB의 목표 설정 과 측정을 위해 기업 ESG 공시에 기반한 산업·섹터 단위의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SLB 설계구조 평가방법론의 고도화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ESG 전략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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