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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 기업 CEO '셀프연임'..."기관의 주주권 행사로 막아야“

  • 기자명 김광기 기자
  • 입력 2023.01.18 21:37
  • 수정 2023.01.19 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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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S,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 정책 세미나
기관투자자 적극적 주주행동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해야

소유 완전 분산 기업들 CEO의 '셀프 연임'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소유 완전 분산 기업들 CEO의 '셀프 연임'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ESG경제=김광기 기자] 윤석열 정부가 KT와 포스코, 금융지주회사 등 소유 완전 분산 기업들 CEO(최고경영자)의 ‘셀프 연임’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과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결국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KT 구현모 사장과 포스코 최정우 회장도 사실상의 용퇴 압박을 받고 있다.

셀프 연임 관행도 문제지만 이를 고치겠다고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는 ‘관치’나 ‘직권남용’ 같은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기관투자자와 일반 주주 등 회사 의결권을 지닌 주인들이 힘을 모아 올바른 대리인(CEO)를 뽑도록 제도를 바꾸는 게 첩경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ESG기준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국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교롭게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정부 압박에 두 손을 들고 연임 포기를 발표했다.

소유분산 기업 CEO, "장기 재임 참호 구축"

주제 발표에 나선 김형석 한국ESG기준원(KCGS) 정책연구본부장은 "소유분산 기업의 CEO 셀프연임은 대리인인 CEO가 의결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통제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참호를 구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불리는 소유 완전 분산 기업은 주식이 광범하게 분산돼 있기 때문에 소수 주주가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제적·사회적으로 지탄 받거나 사법적 판결로 제재가 내려졌는데도 CEO를 연임하는 사례가 빈발해 왔다.

실력이든, 운이든, 연줄이든 일단 CEO가 된 사람은 곧바로 이사회를 자기 사람들로 교체하는 한편 내부의 미래 CEO 후보들을 물밑에서 제거한 뒤, 임기가 마무리되면 이사회 추천을 받아 연임 가도를 달리는 ‘황제식 셀프 연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고질적 병폐이자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으로 지적됐다.

기관투자자들, 의결권 행사 적극 나서야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 일반 주주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등 주주행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KCGS는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감시·견제하는 것이 기관투자자 등 수탁자의 기본 책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에 동참하고 소유분산 기업의 CEO 문제를 주주권행사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CGS는 또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총회를 통해서 실현되는 만큼 주총을 자주 열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이 주주총회 개최를 청구하려면 지분 1.5%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낮추거나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더 쉽게 해 CEO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자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전자투표제의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자본시장 중심의 ‘외부 통제’도 강화해야

주주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잠재 주주들의 외부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KCGS는 밝혔다. 지배구조의 낙후로 주가가 떨어지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 등의 기업 M&A(인수합병) 표적으로 떠올라 공격받게 되고, 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긴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신용평가사 등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페널티를 주는 등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시장 단위에서 외부 감시·감독 기능이 확대되면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가 많이 생산돼 시장에 잘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내부에서도 CEO 선임과 연임 절차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제한하는 ‘CEO 승계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KCGS는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 내부에서 CEO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기업들이 경영 승계 정책, 후보에 대한 객관적 검증 방법, 확인 절차 등을 마련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구 대표를 확정하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소유 분산 기업 CEO 선임에 대해 정부 의지를 반영한 국민연금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본다. KT뿐 아니라 포스코홀딩스, KT&G, 금융지주회사 등의 CEO 선임과 연임 문제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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