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이진원 기자] 캐나다의 지속가능경영 조사업체 겸 미디어인 코포리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가 20일(현지시간) ‘2023년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을 선정 발표했다.

영예의 1위는 미국의 금속 재활용업체 ‘슈니처 스틸 인더스트리스(Schnitzer Steel Industries)’에 돌아갔다. 2,3위는 덴마크의 풍력발전용 터빈 제조·판매·설치 회사인 베스타스 풍력시스템(Vestas Wind Systems)과 호주의 팔레트 및 콘테이너 풀링 업체 브램블스(Brambles)가 각각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SDI와 KB금융그룹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SDI는 지난해에는 46위였으나 올해 63위로 17계단 내려앉았다. KB금융은 지난해 100위 안에 들지 못했으나 올해 68위로 진입했다.

코포리트 나이츠는 지속가능한 투자와 수익, 탄소 생산성, 인종과 성별 다양성 등 25가지 지표로 기업의 지속가능 등급을 매긴다.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갖추고 있는지,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과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진다

지속가능 1위 기업, 슈니처 스틸은?

슈니처 스틸 인더스트리스는 고철 업사이클링 업체다. 버려지는 금속을 재생함으로써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약 450만톤의 재생 철금속 원료와 46만톤의 재생 철금속 완제품 등을 생산해 100% 수익을 지속가능 수익으로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탄소배출 제로 라인인 ‘GRN 스틸’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코프 1·2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4% 줄이고, 2년 연속 사업장에서 무탄소 전력을 유지했다.
그 결과 에너지 생산성을 74%, 물 생산성을 69%, 탄소 생산성을 55% 향상시켜 이 분야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제품 1톤당 1만6000달러(약 1900만원)의 탄소 생산성을 창출했다. 탄소생산성은 기후변화 관련 대표적 생산성 지표로, 탄소 배출량 대비 제품 생산량을 나타낸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많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미다.

코포리트 나이츠의 토비 힙스 CEO는 “슈니처 스틸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위 안에 든 최초의 철강 회사”라며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 업종에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투자수익률 더 높아 

코포리트 나이츠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안에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순익이 급증한 석유,가스 기업들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00대 기업들은 우량주 벤치마크인 MSCI 세계주가지수(AWCI)나 다른 ESG지수들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주가 상승률)을 유지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과 AWCI의 투자 수익률이 모두 소폭 떨어졌으나 2005년 2월 1일 글로벌 100대 기업 선정 이후를 놓고 보면 전자의 총투자 수익률은 270.7%로 ACWI의 222.1%을 상회했다.

이와 관련, 랄프 토리에 코포리트 나이츠 조사국장은 “유가 상승이 재생에너지와 스마트빌딩, 전기차를 비롯해 기타 기후 솔루션의 성장을 촉진했다”면서 “100대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으로의 전환에 필요하고 새로운 21세기 경제의 토대가 될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시장을 상회하는 투자 수익률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코포리트 나이츠는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 시기에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을 발표해 왔다. 올해가 19번째다. 이번 선정 과정에선 전 세계 총 6720개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속가능 투자와 젠더 다양성 등 분야별 1위 기업도 선정 

분야별로 ‘지속가능 투자’ 부분에서는 뉴욕타임스가 ‘그린에너지 분야의 엑손’이라 불렀던 스페인의 다국적 국영 전기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가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 충전, 에너지 저장과 수소 생산 등의 녹색 자산 분야에 86억 유로(11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임원들의 젠더(gender) 다양성 부문에서는 사무기기 업체인 제록스(Xerox)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 임원의 58%(2021년에는 43%)가 여러 인종 출신으로 구성돼 있었다.

최고경영자(CEO)와 평사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작은 기업으로는 임금 비율이 6.5 대 1인 노르웨이 은행 스토어브랜드(Storebrand)가 뽑혔다.

이 밖에 납부 세금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는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 그리고 지속가능성 분야 매출 성장률 1위 기업은 이탈리아 은행인 인테사 상파울로(Intesa Sanpaolo)가 선정됐다.

한국 기업은 2개사로, 63위에 오른 삼성SDI는 ▶탄소생산성 1만422달러 ▶ 지속가능한 수익 비율 81% ▶지속가능 투자 비율 57% ▶이사회 내 여성 비율 14% 등으로 통합 C+ 등급을 받았다.

68위로 올해 처음 글로벌 톱 100에 오른 KB금융은 ▶탄소생산성 13만2305달러 ▶지속가능 수익 비율 5% ▶이사회 내 여성 비율 22% 등을 기록했다. SBTi(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와 NZBA(탄소중립 은행 연합)에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점도 호평을 받았다.

(표) 코포리트 나이츠 선정 2023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