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선임 예정
두 아들에게 경영권 줬다가 환경 악화되자 복귀

[ESG경제=김도산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셀트리온그룹은 3일 회사별 이사회를 열어 서 명예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한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2년이다. 그의 선임 추천안은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현 경영진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재정비하던 중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 명예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며 경영권을 두 아들에게 물려준 뒤, “주변 환경이 급변하면 현직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은 서 명예회장이 공동의장으로서 주요 제품을 미국에 신속하게 출시하고 현지 유통망을 가다듬는 의사결정을 적극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수출이 부진해진 위기 상황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경제 위기뿐 아니라 전략 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그의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30대 두 아들의 경영 능력 도마에
서 명예회장은 2년 전 은퇴를 발표할 때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공언과는 달리 2021년 주주총회를 통해 두 아들이 상장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에 이어 지주회사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셀트리온 그룹은 오너형제 경영체제로 사실상 돌입했다.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39)씨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그는 또한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차남 서준석(36)씨도 셀트리온 헬스케어홀딩스의 사내이사다.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당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한 서정진 명예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30대 후반의 두 아들이 이렇다할 경영 능력 검증 없이 그룹 지배권을 쥐게 된 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의심받게 되자 부친이 급거 경영에 복귀하게 된 것으로 재계는 해석한다. 또한 서 명예회장은 말이 은퇴지, 두 아들 뒤에서 '수렴청정'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