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해수면 평균 온도 21.1도...최고기록 경신
스페인은 40도에 육박...기온은 통제불능 상태
동아프리카, 40년 만에 최악 가뭄으로 난민 속출

[ESG경제=홍수인 기자] 바다 온도가 관측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은 섭씨 40도의 고온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동아프리카는 40년 만의 가뭄으로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공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로, 역대 최고였던 2016년 3월의 섭씨 21도를 뛰어넘었다. 바다 온도는 지난달부터 급격히 올라 한 달 넘게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래 42년 만에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기후과학 강사인 벤 웨버는 이맘때 수온이 장기간 평균치를 웃돈다면서 “기후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각국 전문가들은 4년 만에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올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엘니뇨가 발달하기엔 이른 시기라 엘니뇨를 급격한 수온 상승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 지구 시스템 과학을 가르치는 마크 매슬린 교수는 “기후학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2021년의 기상 이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잦은 기상 이변과 기록적인 고온이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바닷물이 더워져 물이 팽창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극지의 만년설도 빨리 녹게 된다. 해양 생태계에도 치명적이다. 지구적 기후 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바다는 최근 수십년 간 인간이 대기에 배출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기후 위기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다.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스페인, 기온 통제 불능...마차 끌던 말 탈수 증세로 죽어
바다가 '열받은' 탓인지 남유럽 스페인에는 때이른 폭염이 덮쳤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4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오후 3시 직후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 공항의 수은주는 섭씨 38.8도까지 치솟았다.
스페인에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최근 며칠 동안 4월 예상 기온보다 무려 10∼15나 높은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 대변인은 "올해 기온은 통제 불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전날 남부 도시 세비야에서 폭염 속 마차를 끌던 두 마리의 말이 더위를 먹은 듯 탈수 증세를 보이다 차례로 거리에서 쓰러졌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치료를 받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스페인 당국은 학교 수업 시간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승객들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렸다. 장기간 지속되는 가뭄에 폭염까지 덮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스페인 기상청은 산불 발생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사만다 버제스 박사는 “유럽이 전 세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며 “그 속도가 빠를수록 폭염을 포함해 극단적 기상 이변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가뭄으로 난민 220만여명 발생
한편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 World Weather Attribution)은 27일 기후 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상 고온과 낮은 강우량의 조합이 초래한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 발생 확률이 기후 변화로 100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등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국가들은 2020년 말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가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에티오피아 남부와 소말리아, 케냐 동부 등지다.
연구진은 기온 상승이 토양·식물의 수분 증발을 늘려 가뭄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지역의 긴 장마철인 3∼5월이 건조해지고 짧은 장마철인 10∼12월은 더 습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남수단에서 가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000만 명을 넘는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22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1500만 명의 어린이는 급성 영양실조에 노출돼 있다.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작년 소말리아에서만 최소 4만3000명이 사망했고, 약 65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