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인위적 요인 결합…엘니뇨 현상이 가장 결정적“
해수온도 이상으로 캐나다엔 산불, 유럽엔 ‘열돔’ 유발
美서부 대평원, 오랜 가뭄으로 겨울밀 60년래 최대 흉작

[ESG경제=김도산 기자] 바닷물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기후 재앙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격한 변화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티핑 포인트’란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18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 등지 바다에서 이달 들어 해수면 온도가 기록적 수준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더힐은 이를 자연적·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우연한 불행'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자칫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해수면 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현상’이 꼽힌다. 지난 3년 동안은 라니냐(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낮은 현상)가 이어지면서 서태평양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 두터운 온수층이 형성됐는데, 올해는 반대로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해표면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태평양을 넘어 대서양 일부 지역에서 해수 온도가 이상 변동하는 상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캐나다 고위도 지역과 북대서양에서는 화창한 지역은 더욱 더워지고,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은 더욱 서늘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에서는 기록적 규모의 산불 발생으로, 유럽 인근 해상에는 '열돔'이 형성되는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해수 온도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결국 지구 온난화라고 더힐은 강조했다. 이 매체는 "올해 엘니뇨가 태평양에서 지속 확산해 기후 체계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에 더해 현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극단 기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美캔자스주 단위 면적 당 수확량,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한편 이상 기후로 인해 미국에서 대평원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60년 만에 최악의 밀 흉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통 이달 중순이면 대평원 지역에서는 겨울밀이 황금빛으로 무르익어 수확을 앞둘 시기이지만 올해는 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상 수확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수확 비용이 수익을 초과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캔자스 남서부 라킨에서 밀과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그레이 밀러샤스키(59)는 두 아들과 함께 농장의 4,000에이커에 겨울밀을 파종했으나 가뭄으로 밀밭의 90% 가까이를 추수하지 않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는 "내가 겪은 가장 큰 흉작"이라고 말했다.
미 농무부는 캔자스주에서 생산하는 겨울밀의 절반 이상이 열악한 상태로, 2021년 1에이커(4,047㎡)당 52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이던 수확량이 올해는 29부셸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캔자스 지역의 올해 밀 생산량은 1억9,140만 부셸로 1963년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2억 부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농무부는 내다봤다. 캔자스주는 미국에서 겨울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농무부는 또한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폐기량 증가로 경질붉은겨울밀(HRW)의 전국 생산량이 올해 5억3,100만 부셸에서 내년에는 5억1,400만 부셸로 감소하면서 1957∼1958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올해 미 전역에서 재배된 겨울 밀의 3분의 1가량이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는 1917년 이후 가장 높은 폐기율로 1930년대 '더스트볼'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스트볼은 1930∼1936년 미 중부 대평원 지역과 캐나다 평원 지대에서 오랜 가뭄으로 흙먼지 폭풍(dust bowl)이 계속돼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 시기를 말한다.
더욱이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등 대평원 지역의 다른 주들은 캔자스보다 밀 폐기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미 중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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