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년 발생해 한반도 넓이의 80% 잿더미
태평양 수온 낮춰 동남아 ‘홍수’ 남미에 ‘가뭄’
화산폭발뿐 아니라 대형 산불도 기후 연쇄반응

[ESG경제=김강국 기자] 지난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해 한반도 면적의 80% 이상을 잿더미로 만든 재앙급 산불의 악영향이 수년 뒤까지 이어지고 있다. 태평양 열대 바다의 수온을 끌어내려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라니냐가 3년 연속 이어지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존 파술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호주 산불이 기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발표했다.
동태평양 열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가는 이상고온 현상은 엘니뇨(El Nino), 크게 낮아지는 이상저온 현상을 라니냐(La Nina)라고 부른다. 라니냐는 동남아와 호주 지역에는 강수량 증가로 홍수를 일으키고 페루,칠레 등지에는 가뭄을 가져온다. 라니냐가 드문 현상은 아니지만, 2020∼2021년에 시작돼 지난 겨울에 끝나며 3년 연속 이어진 것은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NCAR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남반구의 대형 화산폭발 등이 라니냐를 촉발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파술로 박사팀은 약 4,600만 에이커(18만6,150㎢, 한반도 넓이의 83%)를 태운 호주의 대형 산불이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인간은 큰 산불 금세 잊지만 지구는 기억"
연구팀은 NCAR 와이오밍 슈퍼컴퓨팅센터의 첨단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호주 산불이 역사적 규모로 커지기 이전인 2019년 8월부터 위성으로 관측된 산불의 대기 배출물과 일반적인 산불에서 상정하는 배출물로 나눠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산불의 대기 배출물은 남반구를 곧바로 감싸고 연쇄적인 기후 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산폭발 때와 달리 산불의 대기 배출물은 대기 상층부로 높이 올라가지 않아 태양 빛을 반사해 기온을 낮추는 작용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산불 배출물로 형성된 에어로졸이 남반구 전체, 특히 페루 연안의 구름 마루를 밝게 해 공기를 차고 건조하게 만듦으로서 궁극에는 남·북 무역풍이 만나는 지역을 변화시켜 태평양 열대 바다의 수온을 낮추는 라니냐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술로 박사는 "컴퓨터 모델이 연기와 구름 에어로졸 간 작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밝혀낼 수 있게 된 기후 상호작용의 루브 골드버그(연쇄반응) 장치"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호주 산불을 금세 잊었지만 지구의 기억력은 길다"면서 "호주 산불의 영향은 수년간 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