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17명 사망사고 역대급 기록…"기후변화가 주원인"
날씨 변동 심해져…'첫 등정 70주년'인데 최다 사망자 오명

사망 사고가 늘어나 연간 최고 기록 갱신이 우려되는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전경. 사진=EPA연합뉴스
사망 사고가 늘어나 연간 최고 기록 갱신이 우려되는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전경. 사진=EPA연합뉴스

[ESG경제=홍수인 기자]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8,848m)가 ‘죽음을 부르는 산’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올해는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진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 오른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기후변화로 정상 일대 날씨 변동이 극심해지면서 에베레스트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해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히말라야 등정 관련 기록을 정리하는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와 네팔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봄철 등반 시즌에 에베레스트 원정에 나선 산악인 가운데 1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5월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명 가운데 12명은 사망 사실이 확인됐고 나머지 5명은 5일 이상 연락이 끊겨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전에 연간 최다 사망자 기록은 2014년의 17명이었는데, 벌써 같은 숫자의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정상 일대에 장사진을 칠 정도로 등반객들이 몰려 위험천만했던 2019년에도 사망자는 그보다 적은 11명이었다.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 인원은 연평균 5∼10명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날씨 변덕이 심해진 것이 사망자가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 본다. 네팔 관광부의 유바 라즈 카티와다 국장은 "주원인은 날씨의 변화다. 이번 시즌에는 기상 변동이 심해 (등정하기에)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기후변화가 에베레스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등반 허가를 남발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네팔 정부는 올 봄 등반 시즌에 역대 최고인 479건의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줬다. 등반 허가 수수료는 1인당 1만2,000파운드(약 2,000만원)로 네팔 정부의 주 수입원이다.

네팔 당국은 올해 등반 시즌이 평년보다 일찍 시작했고 기간도 길었기 때문에 등반 허가를 많이 내준 것이지, 이전에 거론되던 과밀 수용 같은 무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셰르파(등반 안내인)를 대표하는 네팔 국립산악가이드협회의 앙 노르부 회장은 등반 허가가 너무 많이 나 에베레스트 환경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급증세 원인 "등반허가 남발·무모한 도전" 꼽아 

전문가들은 에베레스트 등정의 패턴이 바뀐 것도 사망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에베레스트를 숙련된 전문 산악인들이 도전했으나, 최근에는 초보나 고봉 등반 경험이 없는 일반 여행객들도 몰려드는 '관광지(?)'가 되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2011년 에베레스트에 처음 올랐던 산악인 앨런 아네트는 올해 등반 시즌을 두고 "난장판이었다"면서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너무 무리하게 정상에 도전하다 적절한 하산 시점을 놓치는 것이 사망자 수 증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방문객 증가는 기후변화로 악화한 등반 여건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위치한 쿰부 빙하가 1990년대 이후 빠르게 녹아내려 약 55m의 얼음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2,000년 동안 쌓인 얼음이 불과 30년 만에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네팔 당국은 빙하가 얇아짐에 따라 베이스캠프를 보다 저지대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렇게 되면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셰르파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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