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 명분으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도 3배 올려
무역과 제조업 배출량 감축 목표로 기후-무역 TF 설립 예고
중국의 태양광 산업 독식에 대응해 동맹국들과 협력 강화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이 지난 2년간 관세 면제 대상이었던 중국산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도 3배 올려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바이든 행정부의 소식통을 통해 중국산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복원해달라는 한화큐셀(외 7개 기업)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수입 태양광 패널에 14.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양면형 패널은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의 90% 이상이 양면형 제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지난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공식 제기했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설비 생산시설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는 등 미국 내 태양광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저가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렸던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제조·투자사 7곳이 한화큐셀의 청원을 지지했다.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는 이전부터 해당 관세 면제 폐지를 위해 로비를 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확한 관세 면제 폐지 시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빠른 기후목표 달성 VS 미국 제품 경쟁력 확보
태양광은 바이든 정부가 선택한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미 에너지부(Department of the Energy, DOE)는 지난 2021년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미래 전력시스템 청사진을 발표했다. 에너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50년 전력부문 탈탄소화를 목표로 2050년까지 전력의 45%를 태양광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약 1600GW(기가와트)에 도달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규모의 설비용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장 2025년부터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을 연간 60GW(기가와트) 이상씩 증설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이하 EIA)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36.4GW의 새로운 발전 용량을 추가할 예정이다. 즉,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전력시스템 청사진을 계획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현재의 약 2배 가까운 태양광 설비용량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후목표의 시간표는 촉박하지만, 미국 내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속도는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태양광 설비의 핵심 부품인 모듈의 자체 생산량은 연간 태양광 설치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2022년에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의 82%를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했는데, 이는 사실 중국 자회사를 통해 생산된 사실상 중국산 제품에 다름없다는 SEIA의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위구르 강제 노동 보호법(UFLPA)이 발효된 이후 태양광 패널의 수입이 정체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태양광 설치가 작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EIA와 국제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가 함께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차질로 인해 2022년 미국 태양광 설비가 23% 감소했다.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 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 의해 촉발된 역사적인 투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옵션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은 공정한 경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 통계에 따르면 2022년 IRA 발효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는 태양광 제조 시설을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50개 이상 발표됐다. 여기에는 연간 62GW의 신규 모듈 설비와 35GW의 셀 설비 등이 포함됐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3배 증가? 시장 영향보다 정치적인 의미 강해
한편 백악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3배 올려 25%까지 높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기후특사는 “중국에서 1톤의 알루미늄을 제조할 때 미국보다 평균 60%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 지시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무역 제재라기보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블룸버그는 2023년 미국의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규모가 약 17억달러(약 2조3400억원)로 각각 약 2%, 4%에 불과한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를 올린다고 해도 유의미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지시를 펜실베니아의 피츠버그에서 철강노조(USW)를 상대로 한 연설 자리에서 발표했다. 미국 철강산업의 본거지에서 이같은 발표를 한 것은 철강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편으로 미국은 태양광 양면 패널 관세 면제 폐지ㆍ철강, 알루미늄 관세 증가ㆍ기후-무역 태스크포스(TF)설립 예고 등 중국의 무역 행보를 압박하는 카드를 연달아 꺼내들고 있다. 특히 이번 무역 제재는 자국의 재생에너지 기술 보호, 무역과 제조업에서의 배출량 감축이라는 ‘기후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역시 ‘기후대응'을 근거로 미국의 최근 무역 제재 행보를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6일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중국은 전기차와 리튬 전지, 태양광 제품 등을 수출해 글로벌 공급망을 풍부하게 하고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전환에 거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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