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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 공습에 美·유럽 업체 생존 위기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2.05 16:45
  • 수정 2024.02.05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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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의원들, 중국산 패널 관세 인상 촉구
유럽 태양광 제조협의회, EC에 특단 대책 요구
중국 업체들, 저렴한 가격 무기로 세계 시장 장악

 2024년 1월 21일 촬영된, 중국 북부 닝샤 지역 인촨의 눈 덮인 고비 사막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 항공사진. AFP=연합
2024년 1월 21일 촬영된, 중국 북부 닝샤 지역 인촨의 눈 덮인 고비 사막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 항공사진. AFP=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 공습에 미국과 유럽 태양광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양 대륙 업체들은 가장 전도 유명한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주목받는 태양광 시장에서 아예 밀려나는 건 물론이고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자 미국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에 중국산 수입 패널에 대한 관세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고, 유럽 유럽태양광제조협의회(ESMC)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재생에너지 관련 매체인 ‘마이크로그리드 미디어’ 등에 따르면 보조금과 관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자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의 저가 태양광 패널과 경쟁하는 데 애를 먹자 미국 상원의원들이 초당파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산 태양광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줄 것을 촉구했다.

美 상원의원들, 중국산 태양광 수입품 관세 인상 요구

이 매체는 “상원의원들이 '중국의 태양광 제조 능력이 미국 태양광 산업과 국가 에너지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유럽 제조업체를 심각한 불이익에 처하게 만드는 (중국과의) 생산 비용 격차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고, 특히 국내 개발 및 배치를 촉진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러한 전환을 주요 일자리 창출 기회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기존 태양광 발전 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이나 중국 기업의 자회사가 지배하고 있어서 문제다. 

작년 미국 의회는 소규모 국내 제조업 보호 차원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이 보유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되는 동남아시아 4개국의 태양광 패널에 대한 2년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폐지키로 의결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내 태양광 설비 공급망 구축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해외의 값싼 부품 수입 사이에서 까다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진 결과로 분석됐다.

한화큐셀이 태양광 패널 제조 공장 두 곳을 운영 중인 조지아주는 바이든 정부하에서 태양광 산업이 특히 붐을 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 미국의 정치매체인 ‘더 힐’의 보도에 따르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이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재선에 뛰어든 바이든이 그의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은 조지아주에서 트럼프에 승리를 거두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에서 이루어진 태양광 파트너십 중 역대 최대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을 맺은 한화큐셀은 최근 증설을 끝낸 조지아주 달튼(Dalton) 공장에서 연간 5.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주 카터스빌(Cartersville) 공장은 2024년 완공 이후로 각 3.3GW 규모의 잉곳, 웨이퍼, 셀, 모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럽 태양광 패널 업체들, EU에 긴급 조치 촉구

유럽에서도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들이 최근 유럽 태양광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유럽연합(EU) 태양광 시장에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긴급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ESMC는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향후 4~8주 사이에 EU가 주요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와 유럽 공급업체를 위한 실질적인 비상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업체들은 제조라인을 폐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급 과잉을 완화하기 위해 EU가 태양광 모듈의 과잉 재고를 매입하는 계획을 포함한 긴급 조치를 취하고, 현지 태양광 생산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지원 규정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러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면, EU는 수입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와 쿼터를 포함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선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작년에 기록적인 56GW의 신규 용량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성장이 유럽의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매우 중요하지만,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문제다.

태양광 산업 독점하는 중국 업체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점유율은 40% 정도에 머물렀으나 이 짧은 기간 사이 점유율이 두 배로 뛰었다. 따라서 향후 10년 뒤면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공급망을 지배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태양광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5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각광받는 분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유일한 재생 기술이다.

태양광 시장이 커진다는 건 기후 위기를 막는 데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겐 더 좋은 소식이다.

중국 업체들이 태양광 패널 가격을 낮추며 경쟁력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 덕분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재생에너지 제조 부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후 ‘새로운 3대 산업’이라고 부르는 전기 자동차, 리튬 배터리, 태양전지에 투자를 집중했다.

즉, 고도로 통합된 공급망, 혁신적인 제조 기술, 정부의 일관된 지원은 중국 태양광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고,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의 약 4배에 달하는 태양광 설치 용량을 자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증산을 위해 태양광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가파른 생산비 하락 혜택도 누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한 해에만 태양광 산업에 1,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12월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생산 비용은 1년 전보다 무려 42%나 하락하여 와트당 15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생산 비용인 와트당 40센트보다 60% 이상 낮은 수준이다. 1년 전만 해도 중국산 패널의 가격은 와트당 26센트였지만 더 떨어진 것이다. 유럽의 생산 비용은 와트당 30센트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드 맥킨지는 중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이 2032년까지 연간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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