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에는 천연가스 발전소에 탄소포집시설 또는 저탄소 수소 사용 옵션 제시
'저탄소' 수소로 제한하면 법적 근거 취약해져....수소 상용화 지연도 문제
수소 대신할 연료 기술 불명확...탄소포집시설 설치 의무화만 남을 수도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 환경보호청(EPA)이 발전소 규제안에 저탄소 수소 사용 의무화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수정사항을 담은 발전소 규제안 최종본은 이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4월 내로 공개될 예정이다.
EPA는 지난해 5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화석 연료 발전소에 대한 온실가스 표준 및 지침’ 초안을 내놓은 바 있다. 화석연료 발전소에 탄소포집 시설 설치나 저탄소 수소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다.
저탄소 수소는 통상적으로 수소 1kg당 0.45kg 이하의 온실가스 배출율로 생산된 수소로 일컫는데, 현재로서는 물에 전류를 가해 수소를 분리해내는 전기분해의 과정을 거친 수소가 이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 그린수소가 된다.
초안에 따르면, 신규 및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는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90% 제거하는 탄소포집저장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는 2032년까지 연료의 30%를 저탄소 수소로 사용하고 2038년까지는 96%까지 저탄소 수소를 사용해야 한다.
기저전력 생산을 위한 천연가스 발전소에는 이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지난 2월 EPA는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는 규제 대상에서 면제된다고 발표하며 기준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의 경우 2040년 이후까지 가동될 발전소는 2030년부터 탄소포집저장 시설을 갖춰야 한다. 2035년부터 2040년 사이에 가동이 중된되는 석탄 화력발전소는 2030년까지 연료의 40%를 천연가스로 채워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엄격한 규제를 통해 2035년까지 현재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발전 부문의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계 반발과 법적 위험 검토한 결과…대안은?
로이터 통신이 여러 소식통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같은 조치는 그린 수소의 상용화 지연에 따른 산업계의 반발과 법적 소송의 위험성에 따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탈탄소 에너지원을 사용해 물에서 수소 연료를 추출하는) 그린 수소 기술이 전력 산업을 탈탄소화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만큼 빠르게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 내 회의론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수소 사용 요구가 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EPA가 천연가스 발전소의 연료로 수소 중에서도 특정한 분류인 ‘저탄소 수소’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선임 변호사 메르디스 한킨스(Meredith Hankins)는 “전체 수명주기 관점에서 수소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되었다면, 실제로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보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더 나쁘다”면서도 "EPA는 깨끗한 수소(저탄소 수소, 그린수소)를 요구했지만 수소 생산 방법이 발전소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에서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만약 저탄소 수소가 아닌 화석연료에서 생산된 그레이 수소나 블루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발전소에서 기존의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보다 탄소절감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반대로 저탄소 수소를 강제하려면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EPA의 발전소 규제안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준 미 대법원 판결은 “발전소 규제안은 전력 시스템이나 공급망을 거치지 않고 개별 발전소가 충족할 수 있는 규제안을 작성하는데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EPA가 저탄소 수소, 녹색 수소로 수소의 종류를 제한하게 되면 규제안이 개별 발전소 차원을 넘어 수소 생산의 업스트림 배출을 포함하게 되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최종안에서 저탄소 수소 사용이 규정에서 삭제된다면, “어떤 기술이 수소를 대체할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기존 규제안이 탄소포집시설 설치와 수소 연료 사용이라는 두가지 선택지를 두었다면, 최종안에는 탄소포집시설 설치에 대한 선택지만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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