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호우카댐 6일 붕괴...저수용량 182억㎥로 소양강댐의 6배
강 범람으로 생태계 파괴에 지뢰 흩어져…상류는 농사 차질

[ESG경제=김도산 기자]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다목적댐인 카호우카댐이 6일(현지시간) 폭발로 파괴되면서 그 후유증이 수십년 간 이어질 지 우려된다.
댐 하류지역은 강 범람으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전쟁통에 매설된 지뢰가 흩어지면서 일대의 주민 안전이 매우 위험해졌다. 상류 지역도 농업용수와 식수 부족에 시달려 농사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호우카댐 붕괴로 인해 드니프로강 주변 환경이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충격은 수십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6일 새벽 폭발로 붕괴된 카호우카댐은 높이 30m, 길이 3.2㎞에 달한다.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드니프로강(러시아명 드네프르강) 하류에 건설됐는데, 드니프로강의 6개 댐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어 저수용량만 182억㎥, 소양강댐(29억㎥)의 6배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댐을 고의로 폭파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댐 붕괴로 인해 드니프로강 하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나 이미 강물과 토사가 하류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강 주변 습지와 하구 등이 파괴돼 강변 생태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강 주변 동식물군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일러도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카호우카 댐을 대체할 새로운 댐이 건설되지 않으면 하류 지역은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호우카 댐 파괴는 체르노빌 원전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강이 범람하면서 주변 석유 시설과 농장 등이 침수돼 하류는 농약과 석유 제품 등으로 오염됐을 수 있고, 이들 오염 물질은 흑해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지뢰 수만 개 떠내려가 주민 위협...자포리자 원전도 물 부족 우려
특히 드니프로강 범람으로 강을 따라 매설된 지뢰 수만개도 함께 떠내려갔다는 점도 문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북 방향으로 길게 흘러 영토를 동서로 나누는 드니프로강을 경계로 공방전을 벌여 왔고, 양측은 서로 진격을 막기 위해 강 주변에 지뢰를 대규모로 매설했다. 전쟁이 끝나면 지뢰가 매설된 곳에서 집중적으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면 되지만 강의 범람으로 지뢰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면 지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댐 상류지역은 수몰 피해는 면했지만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댐이 폭파되면서 카호우카 호수의 수위는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수일 내에 호수 수위가 인근 자포리자 원전의 물 펌프 높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포리자 원전은 이 호숫물을 끌어다 원자로와 폐연료 냉각에 사용해 왔다.
상류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도 불가피한데, 이 지역의 밀 옥수수 해바라기 등 농업 생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농업 싱크탱크인 '이스트프룻'에 따르면 카호우카 호수는 유럽 최대 규모의 관개시스템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채소 생산의 80%를 담당하고 과일 생산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