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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협정 종료’…우크라 곡물 수출 90% ‘희망의 등대’ 꺼지나

  • 기자명 김강국 기자
  • 입력 2023.07.18 11:02
  • 수정 2023.07.18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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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명 먹일 곡물 수출길 다시 막힐듯
세계 기아 위기 부채질할까 우려

벌크선에 실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사진=EPA연합뉴스
벌크선에 실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사진=EPA연합뉴스

[ESG경제=김강국 기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90%가 걸린 흑해곡물협정이 17일 종료됐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4억 명을 먹일 양으로, 흑해곡물협정은 식량수입국에 ‘희망의 등대’였는데 이 등대의 불이 꺼진 셈이다.

타스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오늘)"이라며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의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해상 곡물 수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 없이도 흑해 회랑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며 “선사 및 기업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출항하도록 해주고 튀르키예가 통과하도록 해준다면 모두가 계속해서 곡물을 수송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를 통한 곡물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가 유엔·튀르키예와 맺은 협정,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유엔·튀르키예와 맺은 협정 2개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러시아의 협정 탈퇴가 우크라이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수혹이 진행중인 우크러이나의 비옥한 밀밭. 사진=AP연합뉴스
수확이 진행중인 우크러이나의 비옥한 밀밭. 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흑토지대는 세계 3대 곡창지대…흑해 통해 해외 수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했던 흑해곡물협정이 체결 1년을 앞두고 만료됨에 따라 세계 식량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다.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보리 3위, 옥수수 4위, 밀 5위의 수출국이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곡물은 전 세계 4억 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흔히 세계 3대 곡창 지대로 보통 우크라이나, 북미 대평원(프레리), 아르헨티나 팜파스를 꼽는다.

우크라이나의 지질은 초르노젬 즉 우리말로는 흑토(黑土)인데 인산, 인, 암모니아가 많고 풍부한 부식토로 이루어진 검은 땅이다. 비옥하고 수분을 머금고 있어 농업 생산량이 대단히 높아 많은 양을 수출한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의 95%를 오데사 등 흑해 항구와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수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힘들어지자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했다.

협정 체결 직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 15.7% 급등해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난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중재에 나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곡물 협정이 타결된 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 등 3개 흑해 항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3,290만t(톤)의 곡물을 수출했다.

흑해 항로의 안전 보장과 협정 이행을 맡은 이스탄불 공동조정센터(JCC)에 따르면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개발도상국에 공급됐다. 그 결과 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7% 하락했고, 옥수수 시세도 약 26% 내려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협정 체결 직후 72만5,000t에 달하는 인도주의적 식량 원조를 에티오피아와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기아에 허덕이는 최빈국에 전달했다.

이 협정은 지난해 7월 체결된 이후 3차례 연장됐지만 러시아가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 곡물 시장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선. 사진=AFP연합뉴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선.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밀·옥수수값 급등 사태 '재현' 우려...기후위기 국가에 직격탄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식량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번 협정 중단이 전 세계 기아 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7월 보고서에서 식량 지원을 해야 하는 국가가 45개국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식품 가격 급등이 이들 국가의 기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무역 전문가인 스위스 장크트갈렌대학의 시몬 에버네트 교수는 "흑해곡물협정 중단은 높은 부채 수준과 기후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3분의 2는 중간 소득 국가로 가고, 일부는 아프가니스탄, 수단, 소말리아 등 기아 직전에 있는 국가로 향했다"며 "이제 그 곡물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식량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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