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최근 美수입물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
“아시아 물가완화 영향력, 팬데믹 전 수준인 안 될 것"

[ESG경제=김강국 기자] ‘활발한 글로벌 교역’으로 인해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물가안정 시대’ 즉 ‘세계화 황금시대’가 끝났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중국 등 아시아권의 생산자물가 하락이 미국 등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직전 12개월간 수출은 미국 달러화 기준 총 6조1,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다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한국의 직전 12개월간 수출은 작년 9월보다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은 14%, 싱가포르는 6%, 일본은 4%, 중국은 3% 각각 감소를 겪었다. 이러한 수출 부진은 아시아 국가들의 생산 물가를 떨어뜨림으로써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수입 물가 하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보다 4.6% 떨어져 8개월 연속 하락했고, 다른 아시아 수출국도 비슷한 추세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소비자 수요 급감으로 생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으로부터의 미국 5월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3% 하락했다. 중국산 수입 물가도 2%, 동남아산 수입 물가도 3.7% 각각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시아발(發) 수입 물가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임금과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아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세계 물가 안정에 기여한 중국 등 아시아의 저가 수출 공세와 그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무역 장벽이 예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2050 탄소중립과 RE100 등에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탈탄소를 위한 생산 및 유통구조 개선 등에 적잖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최종 소비재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의 노동인권 및 산업 안전 개선 등의 조치도 비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세계화의 황금시대, 그리고 그에 따른 물가 완화 압력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