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B, 올해 첫 '부채-자연 스왑' 제공 움직임
자연보존 위한 금융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
블룸버그, 시장규모 8000억불로 확대 전망

[ESG경제=이신형 기자] 유럽투자은행(EIB)은 자연보존 사업을 벌이는 개도국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부채-자연 스왑(Debt-for nature swaps)을 올해 처음 체결할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EIB글로벌의 마리아 쇼 바라간 여신 담당 국장은 “다수의 국가와 (부채-자연 스왑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EIB와 같은 다자개발은행의 역할은 현금이 부족한 빈곤국이 저리로 차입해 산호초에서 열대우림에 이르는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이 돈이 사용될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EU 회원국에 개발 자금과 연구개발 자금을 제공하는 EIB는 세계은행의 2배에 달하는 대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쇼 바라간 국장은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협의 중인 국가와 지원 금액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5~10개국이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IB 최초의 부채-자연 스왑 협상은 올 연말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늦어도 12개월 이내에”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단기채무를 저리로 10~15년의 장기채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디폴트 상태에 있는 나라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규모 확대 전망
부채-자연 스왑은 이미 중요한 보존금융(conservation finance)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약 140건의 부채-자연 스왑이 체결됐으나 금액은 50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달 에콰도르 정부와 크레디트스위스가 체결한 부채-자연 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16억 달러(약 2조700억원)의 채무 중 60%가 줄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6억5600만 달러의 2041년 만기 갈라파고스 채권을 발행해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다양성과 자연환경 보호에 쓰기로 했다.
미주개발은행(IDB)과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는 신용보증을 제공했다. 신용보증 덕에 갈라파고스 채권의 발행금리는 5.645%로 만기별로 17~26%에 달하는 에콰도르 국채 금리보다 훨씬 낮았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가봉이나 스리랑카 등도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업계가 녹색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부채-자연 스왑 시장 규모가 8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네이처 컨저번시(Nature Conservancy)의 슬라브 가체프 이사는 가디언 기자에게 “세계는 생물다양성과 기후, 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고 개도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열대지방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이사 등은 지난해 12월 IMF 블로그 기고문에서 이런 형태의 지원이 재정적으로 취약한 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자가 탄소 감축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투자 약속을 받고 빚을 탕감해주면 채무국은 재정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채-자연 스왑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바클레이즈는 1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채-자연 스왑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 보존 노력으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일부라며 부채-자연 스왑이 녹색금융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지 의문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