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기구인 VCMI, 기업 ‘주장 이행 규약’ 마련
자발적 탄소 시장서 배출권 구매하는 기업이 적용 대상
급성장 자발적 탄소 시장의 신뢰성·투명성 제고 기대

[ESG경제=이진원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구매한 탄소배출권 사용과 내부 기후 목표 달성 면에서 이룬 성과와 관련해 기업이 내세우는 주장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국제 표준이 공개됐다.
이는 '주장 이행 규약(claims code of practice)‘이란 것으로,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후원을 받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자발적 탄소 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가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단, 규약의 준수 여부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진다.
본 규약은 현재 규제를 받지 않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캘리포니아주가 델타 항공의 탄소중립 선언을 ‘그린워싱(greens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그동안 자발적 탄소시장에선 기업이 내세우는 주장의 ‘타당성(validity)’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VCMI는 이날 성명에서 “본 이행 규약은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수요 측면의 무결성(無缺性: integrity)을 높여줌으로써 중요한 정보 격차를 메워준다”면서 “약 70곳의 다국적 기업이 12개월에 걸친 현장 테스트, 일련의 공개 협의, 다중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는 명확한 거래 규약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시장은 위축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자주 제기되어 왔다.
탄소배출권 구매 기업, 검증된 탄소 감축 목표 공개해야
VCMI가 공개한 이행 규약에 따르면 앞으로 탄소배출권 구매를 원하는 기업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를 통해 검증된 단기 감축 목표를 공개해야 한다. 또 늦어도 2050년까지는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 글로벌 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목표로 발족한 사업이다.
아울러 기업은 단기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기업은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상쇄할 자체 잔여 배출량 비율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의 3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플래티넘 등급이 되려면 잔여 배출량의 100%를 상쇄해야 한다. 이 비율은 골드 기업은 최소 60%, 실버 기업은 최소 20%로 낮아진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급성장 중
VCMI는 2년 전 영국 정부와 헤지펀드인 ‘어린이 투자 펀드운용(Children’s Investment Fund Management)’이 운영하는 자선 단체, 베조스 지구펀드(Bezos Earth Fund), 거대 기술 기업인 구글 등의 자금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
VCMI가 이번에 선보인 이행 규약은 자체 노력만으로 줄일 수 없는 탄소 발자국을 상쇄하기 위해 고품질의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려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기업이 탄소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경영 과정에서 제거할 수 없는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생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데이터 집계 업체인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Ecosystem Marketplace)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거래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2021년 20억 달러(약 2.6조 원)로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이나 비영리 기관이 조림 사업이나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등 자발적인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특정 국가나 유엔이 아닌 제3의 기관의 승인을 얻어 획득한 '탄소상쇄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 시장은 각국 정부가 기업들에 탄소 배출량을 할당하고, 배출량을 할당량보다 감축한 기업과 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팔게 해주는 정부 주도의 규제적 시장인 '탄소 배출권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자발적 탄소상쇄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은 탄소상쇄 배출권이라고 불린다.
마크 켄버 VCMI 전무이사는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시장의 독립적인 지배기구인 ‘자발적 탄소 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The 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가 개발 중인 기준을 충족한 배출권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러한 표준은 연말까지 마련되고, 그동안 기업들은 ‘국제항공 탄소상쇄 감축제도(CORISA·Carbon Offsetting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배출권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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