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자연사박물관의 한 표어가 준 교훈
자연생태계의 적자생존ㆍ상호혜택 원리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은 ESG의 기본 덕목

"생물의 세계에는 약육강식과 상호수혜(mutual benefit) 두 가지 삶의 모습이 공존한다.”
美 미시간대학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이 표어를 처음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동식물 세계보다 인간사회에 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느낌이었다. 인간도 만물의 영장이기 전에 지구 덕분에 생존하는 동물 아닌가.
동식물은 환경에 적응해가다가 어려우면 도태될 수 밖에 없지만 인간은 자연을 파괴해가며 욕심을 내다가 자칫 위기를 자초하곤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와 자연재해,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 가뭄과 산불 등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것도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약육강식과 상호수혜의 두 가지 명제가 균형을 이루어야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갈등과 분열, 파괴가 일어난다. 자칫 공멸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세상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강자가 살아남는 적자생존과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가 동행한다. 어느 쪽이 인류 문명 발달과 진화에 더 기여하였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자생존은 생산극대화를 목표로 하지만 공생관계는 효용극대화를 표방한다.
적자생존과 공생은 언뜻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보완관계다. 분명한 사실은 생산 없는 효용은 불가능하며, 쓸모없는 생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틀에서 볼 때, 적자생존과 공생은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긴밀한 보완 관계다. 불가분 관계인 생산극대화와 효용극대화를 생각할 때, 형평이 능률을 해치지 않으면서 능률이 형평을 크게 만드는 사회가 최고선(最高善)을 달성할 수 있다.
농경사회 같은 단순재생산 사회에서는 서로서로 도와가는 상호수혜가 인류의 삶을 보다 여유 있게 만들 수 있었다. 해마다 생산량이 거의 일정하였던 시기에는 되도록 많이 나누어야 재화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대재생산 사회에서는 적자생존 원칙에 따른 인센티브 효과가 생산성을 높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의 후생과 복지가 증대된다.
非재무성과는 더 이상 재무성과의 들러리 아냐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효용이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자의 보람과 기쁨은 커간다. 돌이켜보건대 적자생존과 공생의 명제가 서로 갈등과 보완의 조화를 이룰 때 인류문명은 획기적 발전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욕심을 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사회는 어수선해진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양보하려 들지 않고 극한 대립을 하는 사이에 불신의 늪에 빠져버린다. 사람들이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논리를 서로 주장하게 되면 어찌 성장 동력이 피어오르겠는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생산에 참여한 각 경제주체에게 생산에 기여한 만큼 분배하는 제1차 분배시장의 공정성은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가 된다. 이윤 추구 과정에서 상품을 더 좋게, 더 빨리, 더 싸게 공급하려는 기업가정신을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올라간다. 생산성 향상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총생산도 총효용도 자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성장 없는 분배는 있을 수 없고, 분배 없는 성장은 의미가 없으니 조화를 이뤄야 융·복합 가치가 커진다. 능률을 해치면 형평의 몫이 줄어들며 형평을 해치면 능률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업의 ESG경영과 관련해 최근 조용히 확산하는 게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존중 기업문화다. ESG의 사회가치 및 거버넌스 요소 중 이를 최고의 덕목과 목표로 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물론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열심히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매출 이윤 등 재무적 성과를 높여 나가야 한다. 여기에 환경과 사회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일상 기업경영에 접목하는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제 재무 성과와 비재무 성과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온 느낌이다. 양자의 변증법적 통합이 기업 ESG경영의 이상적 미래가 아닐까 싶다.
[신세철 ESG경제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