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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상속’ 삼성 지배구조는...경영권 이슈 봉합한 비효율성 잠복

  • 기자명 조윤성 선임에디터
  • 입력 2021.05.04 09:00
  • 수정 2021.05.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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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환고리 강화된 측면.
자녀들 상속세 부담 덜기 위해 홍라희씨가 삼성전자 최대주주 등극한듯

사진=삼성그룹 제공
사진=삼성그룹 제공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세기의 상속’이라 불리는 삼성의 상속구도가 마무리됐다. 당초 고(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그룹 재배권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가게 됐다.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삼성물산을 비곳한 대부분 주식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고루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법정 비율대로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자녀가 각 120만5720주씩 상속했다. 홍라희 씨는 180만8577주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지분 상속으로 기존 17.48%에서 18.13%로 늘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5.60%에서 6.24%로 증가했다. 홍씨는 새로 0.97%를 취득했다.

특히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은 홍라희 씨를 제외하고 자녀들이 지분을 획득한 점이 주목받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상속분의 절반을 가져감으로써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경영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생명 주식은 이재용 3:이부진 2:이서현 1의 비율로 상속했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 2075만9591주, 이부진 사장 1383만9726주, 이서현 이사장 691만9863주씩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지분율은 이재용 10.44%, 이부진 6.92%, 이서현 3.46% 등으로 변경됐다.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물산(19.34%)으로 변경됐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몰아줘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지배력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홍라희 여사 7709만1066주, 이재용 부회장 5539만4046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5539만4044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5539만4044주씩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상속 결과는 홍 여사 9분의 3, 세 남매 각각 9분의 2인 법정 상속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고(故)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지배구조는 이재용, 주식실익은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등 챙겨

이재용 부회장은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홍라희씨를 비롯한 두 자녀들은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홍라희씨는 비록 삼성생명 지분은 포기했지만 상속받은 지분 가치가 7조원으로 가족들 중에서  금액이 가장 크다. 각각이 받은 주식 상속가액도 홍 여사가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재용 부회장(5조원), 이부진 사장(4조5000억원), 이서현 이사장(4조1000억원) 순이다.

특히 법정 비율대로라면 가장 많은 33.3%를 상속받아야 했던 홍라희씨가 삼성생명 주식은 아예 상속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유족들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1순위로 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50%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된 것은 홍라희 관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을 돕기 위해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면서도 삼성전자 지분은 가족들이 법정 비율대로 배분해 각자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의 막대한 상속세를 덜어주겠다는 홍라희씨의 의지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삼성 일가 전체 배당금의 60∼70%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던 부진·서현 자매는 상대적으로 각각 배당소득이 3∼6% 수준으로 미미해 상속세 부담이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오롯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상속받았다면 전자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자 지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까지 합하면 주식만으로 홀로 1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해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번 주식 분할로 주식 상속세분 약 11조원은 홍라희 여사가 가장 많은 3조1000억원을 부담하고,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이 2조4000억원씩 나눠 내게 됐다.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나누기 위한 가족들 간 궁여지책으로 홍 여사가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법정 지분대로 상속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씨가 상속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지분을 많이 받아 추후 자녀들은 이중으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흐름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흐름도

홍라희씨, 캐스팅 보트에 경영권 분쟁 이슈 존재

향후 홍라희씨가 보유한 주식을 통해 경영권 방어나 계열분리 등 대형 이슈에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선 홍 여사가 집안 또는 외부와 어떻게 구도를 짜느냐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지원군이나 적군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홍라희씨를 중심으로 홍석현(중앙일보 회장), 홍석조(BGF리테일 회장), 홍석준(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보광그룹 회장), 홍나영(리움미술관 부관장) 등이 세를 규합해 삼성의 지배권을 가져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홍라희씨가 이들과 이부진, 이서현 등 두 딸과 세를 규합하면 얼마든지 이재용 부회장과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시점에 홍라희씨와 동생인 홍라영씨가 리움미술관에서 동반사퇴한 것이 이런 관측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홍라희씨는 사임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아들인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본인 뜻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씨에 이어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마저 전격 사퇴하자,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확산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또는 유죄 판결 이후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 그 즉시 상속이 개시되고, 현행법상 배우자인 홍라희 전 관장이 삼성그룹의 최대 지배주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자칫 이건희 회장의 유고로 모친을 비롯한 외가가 득세할 위기에 봉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했다.

경영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모친과 외가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이 부회장이 모친인 홍라희씨와 이모인 홍라영씨를 동반퇴진 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물론 삼성그룹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씨의 불화설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었던 삼성문화재단 소속이었다.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문화재단 등기이사에서는 제외돼 있었다. 리움의 소유 자산이 이건희-이재용 체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이서현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의 상속은 이건희 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아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족 중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세기의 소송'으로 비화되고, 이 회장 유산 사회환원의 의미도 퇴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자칫 홍라희씨를 중심으로 한 이재용 부회장 외가가 세를 규합했다면 아찔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다른 그룹들의 ‘형제의 난’을 지켜보면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가족 간 우애를 돈독히 하도록 분할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26조원에 달하는 유산 중 주식 19조원을 제외한 7조원상당의 현금과 부동산·미술품 등에 대한 유산 배분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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