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기후 변화가 이곳에 있다"...53명 숨지고 건물 1700여채 불타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은데...수령 150년 넘은 나무·역사건물 등 소실

[ESG경제=김도산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신혼여행이나 일반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대형 산불이 사흘 째 확산하며 화재 사망자 수가 53명으로 늘었다.
마우이 카운티가 밝힌 바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오후 1시 기준으로 17명의 사망자가 추가돼 전체 사망자 숫자가 53명으로 불어났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1960년에 큰 파도(쓰나미)가 섬을 관통했을 때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사망자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여기에 있고 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화재로 보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린 주지사는 이번 화재로 17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라하이나 지역의 약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라하이나는 주택과 상가 등 대부분이 목조건물이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오전 0시께 시작된 산불은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마을들을 덮쳤으며, 마우이섬에서 현재 모두 3건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라하이나에서 선물가게를 운영하던 티파니 키더 윈은 현장에서 불에 탄 차량들과 시체들을 목격했는데, 그는 "그들(사망자들)은 탈출하려 했지만, 교통 체증에 갇혀 거링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카운티 당국은 10일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의 화재 진압률이 80% 정도라고 밝혔다. 키헤이 지역 화재 진압률은 70% 정도다.
마우이섬 카훌루이 공항 인근 등에 마련된 대피소 5곳에는 모두 1,350명이 밤새 머물렀으며, 일부 여행객들은 섬을 떠날 수 있도록 이날 오전 공항으로 이송됐다.
하와이주 교통국장 에드 스니펜은 전날 약 1만1,000명이 마우이섬을 떠났으며, 이날에는 1,500여명이 더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이번 마우이섬 산불이 역대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2018년 85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주 북부 '캠프파이어 산불' 이후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산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화재 피해가 큰 라하이나 지역은 19세기 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중심가인 프런트 스트리트는 미국도시계획협회에서 '10대 거리'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1873년 인도에서 들여온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Banyantree)가 있어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있던 지역도 모두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포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