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주권리 무시한 일방적 3자배정 유상증자
대한항공 경영 위급한 상황이라 보기 힘들어

[ESG경제=김광기 기자] 정부가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토록 하고, 대한항공은 이 자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결정은 한진칼의 ESG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SG평가 전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25일 ‘한진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한진칼의 제3자(산업은행)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1대 주주인 강성부펀드의 주주권리를 묵살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ESG의 핵심 축인 거버넌스(G)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회사 경영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외부 자금조달이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항공은 그런 상황이라 보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ESG코로어는 전망 조정 근거를 제시했다.
산은이 출자하기 이전 한진칼의 주주구성은 조원태 회장 측 지분 41.4%에 견줘 강성부 펀드(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 주주 연합’의 지분 45.2%로 앞서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산은의 한진칼 지분 획득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한진칼의 아시아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되고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1.1%에서 37.7%로, 3자 연합 지분율은 46.7%에서 41.7%로 감소한다.
산은은 출자 결정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 측과 사전 의견조율을 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며, 경영권분쟁에서 조원태 측 손을 들어 줄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산은이 조 회장 측에 서게 되면 조 회장은 47.33%의 지분을 얻게 돼 경영권 다툼이 끝나게 된다.경영권 분쟁이 종료되면 3자 연합에 지분을 댄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게 되고, 펀드는 지분을 팔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한진칼 주가는 반짝 상승 뒤 하락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다.
강성부 펀드 등 3자 연합은 산은의 출자를 막기위해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 신문이 25일 예정돼 있다. KCGI는 지난 18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한진칼 신주발행 결정에 반발해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한진칼은 유상증자가 막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소송 결과에 따라 한진칼의 주가는 급등락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수급 프리미엄 요인이 반영돼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