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 녹색채권 발행 실적 부진
올해 5곳서 1.35조원 발행 그쳐...전체 비중 1.4%에 불과
25일 LH 6300억원 규모 녹색채권 발행

[ESG경제=이진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녹색채권 발행을 계기로 우리 공기업들의 녹색채권 발행 실적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기업들이 친환경 경영방식인 'ESG경영'을 외치며 녹색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는 듯했지만, 실제 발행 실적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한 이후 정부 부처는 ESG 관련 사업을 추진하거나 그린뉴딜을 뒷받침할 방안을 내놨다.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정부 정책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실적 등 ESG 관련 내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며 ESG경영 실천을 강조하자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남부발전 등 공기업들이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26일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SRI 채권 종합 정보포털인 SRI 채권 전용 세그먼트(sribond.krx.co.kr)에서 확인해본 결과, 이날 기준 녹색채권을 발행한 공기업은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총 4곳으로 상장잔액은 75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민간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발행금액인 98조6000억원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아직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5일 신규 발행한 녹색채권 6300억원을 포함하면 총 상장잔액은 1조3500억원, 전체 규모의 1.4%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LH는 시중금리 대비 0.01~0.02% 낮게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녹색채권은 LH가 국내채권으로 발행한 최초 ESG채권이고, 발행액 전액을 노후 공공임대 그린리모델링 사업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이상 에너지절약형 주택건설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녹색채권 발행 예정인 발전 공기업 드물어
전 세계적으로 녹색채권의 인기는 뜨겁다. 녹색채권을 인증해주는 국제 민간단체 CBI(Climate Bonds Initiative)는 올해 1월 현재 전 세계에 녹색 채권의 발행잔액을 1조달러 이상으로 집계하면서, 올해 말까지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수출입은행이 해외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한 게 최초다.
녹색채권은 명칭 그대로 '친환경' 관련 사업비 조달이 발행 목적이다. 환경부 가이드에 따르면 녹색채권은 발행자금을 환경개선 목적을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해야 하며 자금사용처, 프로젝트 평가·선정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발맞춰야 하는 발전 공기업들은 관련 사업에 쓰기 위해 녹색채권 발행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어야 한다. 하지만 발전 5사 중 녹색채권을 발행한 공기업은 남동발전, 남부발전 두 곳에 불과하다.
동서발전과 중부발전은 아직 발행하지 않았고,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 계열사도 공식적으로 녹색채권 발행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발전만 올해 안에 2000~3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