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후티반군, 홍해 선박 위협…45조원 화물 우회·운임도 올라
컨테이너선 57척, 아프리카 남단 돌아 운항…지연 불가피에 비용↑

[ESG경제=김강국 기자] 세계 핵심 물류망의 하나인 홍해 뱃길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이 커지면서 홍해~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가 운용 중단 위기를 맞았다.
해운업체들이 지금까지 약 350억 달러(약 45조원) 상당의 화물을 홍해 뱃길에서 벗어나 다른 경로로 돌렸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이 홍해 뱃길이 아니라 아프리카 남단 뱃길을 이용할 경우 거리가 평균 3,400해리(6,300km) 늘어나 대략 2~4주의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의 수위가 이상 가뭄으로 낮아져 선박 통행이 제한되는 것도 글로벌 공급망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홍해에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 의해 대략 15차례 선박 공격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물류업체 '퀴네 앤드 나겔(Kuehne+Nagel)‘의 파올로 몬트로네 수석 부사장은 현재 57척의 컨테이너선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주변으로 돌아 항해하고 있다고 CNBC 방송에 말했다. 57척의 컨테이너선에 실린 화물의 총용량은 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컨테이너당 5만 달러(6,500만원)라고 추산할 때 화물의 총가치는 350억 달러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보통 하루에 약 50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는데 지난 18일에는 최소 32척이 우회했다.
급기야 미국은 홍해 뱃길 보호를 위해 다국적 태스크포스 창설을 발표했지만, 해운사는 물론 고객사와 보험사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대형 선사들, 잇따라 홍해 항로 이용 중단…희망봉으로 돌면 비용 30% 이상 증가
미국의 강력한 대응 발표 이후에도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는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의 희망봉 주변으로 선박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에너지기업 BP는 18일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유조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해운사 MSC를 비롯해 머스크(2위), CMA CGM(3위), 하파그로이드(5위), 에버그린(7위), 한국 HMM(8위), 양밍해운(9위) 등 10위권 선사가 줄줄이 홍해 통과를 중단하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홍해~수에즈운하 뱃길 운항이 힘들어지면서 특히 석유 운임은 이미 영향을 받았는데, 중동에서 유럽으로 나르는 수에즈맥스급(Suezmax) 운반선의 예약 요금은 일주일 만에 25% 상승했다.
싱가포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선박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 쪽으로 돌아가는 희망봉 항로를 이용할 경우 거리가 기존보다 거의 40%(5,311㎞)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연료비만 수백만달러(수십억원)를 더 써야 할 경우가 생긴다. 아시아와 유럽을 왕복할 때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면 홍해 항로보다 3분의 1가량 많은 약 100만달러(13억원)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며 아사아-유럽간 최단 뱃길인 홍해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각종 상품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홍해~수에즈 운하는 올해 상반기 전체 해상 석유 교역의 12%,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의 8%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전 글로벌 컨테이너 무역의 20% 이상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파나마운하, 전례 없는 가뭄으로 선박 통행량 제한…병목현상 갈수록 심해질듯
한편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는 세계 상품 교역량의 5%가 지나가는 데, 올해 들어 전례 없는 가뭄에 따른 수위 하락으로 선박 통행량을 제한했다.
파나마는 통상 12월부터 그다음 해 4∼5월까지가 건기라서 수위가 낮아지며, 앞으로 가뭄이 계속될 경우 파나마운하의 병목 현상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에즈운하과 파나마운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물류비가 급등하고 이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노력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작년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홍해 사태가 길어지고 파나마운하까지 비정상 상황이 이어지면 세계 교역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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