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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포기한 화물 2000억달러 넘었다…글로벌 인플레 우려

  • 기자명 김강국 기자
  • 입력 2024.01.04 12:35
  • 수정 2024.01.04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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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시간 늘고 비용 증가…세계 컨테이너 운송 10~15% 감소 추산

수에즈만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에즈만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김강국 기자] 바닷길은 세계 경제의 생명줄이자 번영의 원천이다. 우리나라도 장보고가 청해진을 거점으로 동아시아의 바닷길을 장악했을 때 크게 번영했다.

세계의 중요한 바닷길은 해협과 운하로 연결된다. 인도양~홍해~지중해~서유럽을 연결하는 수에즈운하, 아메리카대륙의 중간 지점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말라카해협 등은 지정학과 세계 경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계속 공격하면서 수에즈운하가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수에즈운하 정상화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이 폭발 사고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이란 솔레이마니 추도식 ‘테러’로 중동 전역 긴장.

해운업체들이 수에즈운하를 피해 화물을 운송하면 운송 시간이 늘어나고 비용 급증이 불가피해진다.

해운업체의 운송 비용 증가는 제품에 전가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까지 낳고 있다. CNBC방송 등은 후티의 공격을 피해 우회로를 택한 운송업체들의 물류량은 최근 몇 주간 2,000억달러(약 260조원)를 넘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운송시간이 늘어나고 추가 요금이 붙으면서 아시아~북유럽 항로의 운송 비용은 종전 대비 두 배 넘게 올라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4,000달러를 넘었다. 아시아~지중해 노선 운임은 5,000달러를 넘는 실정이다. 컨테이너당 500~2,700달러를 더해 요금을 부르는 곳도 있다.

세계경제 자문회사인 린제이의 래리 린제이 CEO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그저 지켜보고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서양을 내려오던 배가 동쪽으로 방향으로 바꿔 인도양으로 향하는 지점에 위치한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바다쪽으로 돌출한 부분)’의 모습.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은 아니며 아프리카 최남단은 희망봉보다 훨씬 동쪽에 있는 ‘아굴라스 곶’으로 여기를 중심으로 대서양과 인도양이 나뉜다. 사진=연합뉴스
대서양을 내려오던 배가 동쪽으로 방향으로 바꿔 인도양으로 향하는 지점에 위치한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바다쪽으로 돌출한 부분)’의 모습.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은 아니며 아프리카 최남단은 희망봉보다 훨씬 동쪽에 있는 ‘아굴라스 곶’으로 여기를 중심으로 대서양과 인도양이 나뉜다. 사진=연합뉴스

희망봉 항로 선택하면 운송시간 2~4주 더 걸려...비용 30%이상 증가

홍해 대신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거리가 기존보다 거의 40%(5,300㎞) 늘어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운송시간이 2~4주 더 걸리고, 홍해 항로보다 3분의 1가량 많은 약 100만달러(13억원)의 비용이 추가돼야 하다.

길어진 노선이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량의 10~15%를 줄인다는 분석도 있다. 원래 지난달 미국 대서양 연안에 도착 예정이던 컨테이너들은 이제야 도착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다음 달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에 출하되는 봄철 상품의 유럽 도착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커피 가공업체들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 커피를 사들이는데 이미 운임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3월 수에즈운하가 막혔을 때 해운업체들이 선택한 우회항로 모습. 그림=연합뉴스
2021년 3월 수에즈운하가 막혔을 때 해운업체들이 선택한 우회항로 모습. 그림=연합뉴스

희망봉 항로, 수에즈운하 막힐 때 여전히 중요한 기능

아시아의 유럽을 잇는 희망봉 바닷길은 1488년 포르투갈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1497년 바스쿠 다가마 등이 발견해 둘러 간 이래 이곳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배들이 인도에서 향신료를 구해 유럽으로 나르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노선이었다.

희망봉은 워낙 비바람이 거세 디아스에 의해 '폭풍의 곶'으로 명명됐으나, 포르투갈 왕인 후앙 2세가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며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바꾸었다.

약 400년간 이용되던 희망봉 노선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으로 점차 중요성이 줄었다.

그렇지만 수에즈운하가 막힐 때는 희망봉 노선이 선택된다. 수에즈 운하는 1967년부터 무려 8년간이나 폐쇄돼 희망봉을 우회하는 아프리카 노선이 대신 이용된 바 있다.

당시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6일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군이 대치했고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당시에도 다시 맞섰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는 1975년이 돼서야 제 기능을 회복했다.

해운업체들은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추가됐다. 그렇지만 당시 중국과 동남아 등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에,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에즈운하는 지난 2021년 3월 대형 컨테이너 선박 ‘에버 기븐’이 좌초하면서 막힌 적이 있다. 국내 해운업체인 당시 2만4,000TEU급 'HMM 로테르담호' 등 선박 4척을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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