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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텀블러’ 소리 듣던 이것, 인기 치솟자 환경 논란 휘말려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1.25 13:47
  • 수정 2024.01.26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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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색상 다변화로 미국서 스탠리 텀블러 인기 치솟아
사재기에 싹쓸이 도둑까지 등장...지위 싱징으로도 간주돼
환경운동가들, 텀블러의 지속가능성 문제 제기하며 우려

[ESG경제=이진원 기자] 이쯤 되면 ‘광풍’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지속가능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부각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탠리 텀블러' 이야기다.

이효리가 JTBC의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계속 들고 다니는 모습이 방영돼 국내에서도 ‘이효리 텀블러’라는 말까지 들으며 인기를 끈 스탠리 텀블러는 뛰어난 보온과 보냉 성능 및 탄탄한 내구성 덕에 전 세계적으로 아웃도어 용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스탠리가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의 텀블러와 여러 컬래버레이션 텀블러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주요 소비자였던 남성 고객 외에 여성 고객들의 소비 심리까지 부추기자 스탠리 텀블러 광풍이 불고 있다.

다만, 실제 사용 목적의 구매보다는 수집 용도의 구매 ‘붐’이 불고 있다.

디자인과 색상 다변화로 높은 인기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최근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스탠리 텀블러 중에서 특히 스탠리 퀜처 H2.0 플로우스테이트(Stanley Quencher H2.0 FlowState) 텀블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수천 명이 수백 달러에 재판매되는 이 텀블러를 사재기하고 있을 정도다. 또 사무실과 중학교에서 스탠리는 지위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심지어 퀜처의 '싹쓸이' 도둑까지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스탠리의 퀜처 H.20 플로우스테이트 텀블러 광고 동영상>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들은 각기 다른 색상의 스탠리 텀블러로 가득 찬 진열대를 자랑하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자 수십 개는 기본이고 100개가 넘는 텀블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등장하고 있을 지경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지난달 23일 자 기사에서 “지난 4년간 스탠리 퀜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병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면서 “점점 더 다양한 색상과 마감재로 판매되면서 퀸처는 스탠리가 창립 초기 100년 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여성 고객층에 어필하면서 회사의 매출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퀜처의 높은 인기 덕에 불과 몇 년 전인 2020년 이전에 7000만 달러(약 935억 원)에 불과했던 스탠리의 연간 매출이 11배 가까이 증가한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했다. 무엇보다, 2022년 스탠리가 처 모델을 다시 디자인에 내놓은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환경운동가들의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스탠리 텀블러의 인기를 바라보는 환경운동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텀블러가 본래 재활용이 가능해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들은 불필요한 ‘과소비’로 인해 환경에 의도하지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우선 텀블러 제작에 들어간 환경 비용을 상쇄하려면 상당히 오랫동안 이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텀블러를 사용 목적이 아니라 수집 목적으로 구매하는 분위기가 유행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걸 문제로 지적했다.

엔지니어링 회사 WSP의 프로젝트 디렉터인 제시카 헤이게스는 지난 11일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텀블러처럼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추구하는 데 희망과 설렘뿐 아니라 두려움도 느낀다”면서, 처가 제2의 면 토트백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면 토트백은 환경에 적극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덴마크 환경식품부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 면 토트백을 생산하느라 생기는 환경적 영향을 상쇄하려면 이것을 무려 2만 회는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을 생산하려면 많은 물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면의 20%는 강제 노동 논란에 시달려온 중국 신장에서 위구르족이 생산하고 있다.

헤이게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스탠리 텀블러를 구매하고, 사측이 이처럼 높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계속 생산한다면 소비자들은 (환경적 차원에서) 원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같은 텀블러를 계속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보다 더 유익한 환경적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집 열풍이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김으로써 ‘재사용’이란 텀블러의 환경친화적 특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스탠리 텀블러가 플라스틱 물병이나 탄산음료 병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려면 얼마나 많이 재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발표된 적이 없다.

하지만 2009년 ‘뉴욕타임스’는 스탠리 텀블러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병을 생산하려면 플라스틱병에 비해 7배가 많은 화석 연료가 필요하고, 14배의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하며, 수백 배의 금속 자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이게스는 이 보도를 근거로 “텀블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몇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 물병 몇 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해하다”라고 주장했다.

텀블러 제작과 재활용에 높은 환경 비용 

스탠리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2025년까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의 최소 50%와 포장재의 10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생산 공정이 적어도 어느 정도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텀블러가 재활용하기 힘들다는 점도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스탠리도 제품 재활용 옵션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퀸즈 대학교 환경학과의 교수인 마이라 허드는 심지어 지난 18일 C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활용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텀블러) 재활용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며, 원래 제품보다 처리하기 어려운 유독성 폐기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텀블러의 환경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처럼 오직 ‘재미’를 느끼기 위한 과도한 소비 열풍이 꺾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스턴 대학교의 미디어 과학 조교수인 캐서린 코두토는 지난 12일 비영리 뉴스 매체인 ‘더 나인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소비의 목적은 무엇인가? 트렌드에 동참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인가? 온라인 시청자만을 위해 구매하고 홍보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텀블러가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지금 상황이 다소 무섭게도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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