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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암호화폐 채굴...美·유럽·중국, 단속 칼 뺐다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2.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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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IA, 채굴업체 전기 사용 실태 조사 착수
유럽, 2025년 비트코인 채굴 전면 금지설
중국, 과도한 에너지 사용 억제 위한 시행 계획 갱신

비트코인. 로이터=연합
비트코인.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정부가 암호화폐 업계의 전기 사용에 대한 감시와 규제 강화에 나섰거나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환경 오염과 전기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줄곧 받아온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더 조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암호화폐 업계가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존의 채굴 방식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 사업장의 전기 사용량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채굴 산업이 국가 전력망에 위협이 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속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제 미국에서 활동하는 137곳의 상업용 암호화폐 채굴 업체는 에너지 정보청(EIA)에 전기 사용량을 보고해야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미국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2.3%나 되는데 이는 연간 90TWh(테라와트시)로 핀란드, 벨기에, 칠레의 연간 사용량보다도 많다.

EIA는 금주 암호화폐 업계의 수요가 어느 정도고, 미국 내 어느 지역이 암호화폐 채굴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개선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비트코인 채굴 허브된 미국...환경에도 부정적 

EIA는 이미 전체 비트코인의 약 38%가 미국에서 채굴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이 비율은 3.4%에 불과했으나 불과 몇 년 사이에 9배 가까이 높아졌다.

2021년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금지된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채굴 허브로 부상했다. 일종의 ‘풍선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EI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이 증가함에 따라 이 사업의 에너지 집약적 특성과 미국 전력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조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EIA는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이 특히 전력 수요가 정점인 시기에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일반 소비자들의 에너지 가격 인상을 부추기며,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는 화석 연료를 태워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청정에너지 옹호 단체인 RMI는 미국의 암호화폐 채굴장에서 매년 2500만~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미국 철도 산업의 연간 디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정치권도 대응 마련에 나섰지만 암호화폐 업계의 비협조적 태도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2022년 미국 최대 암호화폐 채굴 기업들에게 전력 사용량과 관련 오염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나 단 한 곳도 요청받은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후 의회는 에너지부와 EPA에 암호화폐 회사가 전기 사용량 정보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게 만들도록 요청했고, 이에 드디어 EPA가 나선 것이다.

미국 내에서 규모가 큰 채굴장들은 주로 21개 주에 흩어져 있지만 대부분 텍사스, 조지아, 뉴욕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연구 컨설팅 회사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는 “암호화폐 채굴이 텍사스주의 에너지 그리드에 더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가격도 상승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중국도 암호화폐 채굴 규제 움직임

유럽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 규제에 나선다는 소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아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협력해 암호화폐 채굴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정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비트코인 채굴을 아예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본 정보의 핵심 내용이다.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적으로 유해하고,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란 것이다.

이 같은 정보는 지난달 31일 암호화폐 환경운동가이자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다니엘 배튼이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암호화폐 채굴을 축소하려는 EC의 계획이 담긴 보고서의 한 부분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시가 나섰다.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시행 계획을 갱신했다.

5일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크립토브리핑이 인용한 계획에 따르면 위원회는 가상 화폐 ‘채굴’ 활동을 제한하고, 당국은 위반자에 대해 더 엄격한 분류와 처벌을 시행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잠재적 환경 피해를 이유로 들었다.

암호화폐 업계도 지속가능한 노력 펼쳤지만 불충분

암호화폐 업계도 전력량을 줄이고 보다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 재단은 2022년에 더욱 친환경적인 채굴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업데이트 명은 ‘머지(merge)’다.

재단은 이를 통해 채굴 작업의 탄소 배출량을 99%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단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 점유율의 17%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의 블록체인 채굴 방식을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에서 더 지속가능한 채굴 방식이라고 평가받는 지분증명(proof of stake)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모네로 같은 블록체인 등은 여전히 전자의 채굴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 소비 지수(CBECI)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의 연간 소비량은 163.06TWh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 양은 2022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은 2023년에도 호주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양의 전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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