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네치아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유람선 운항 재개
환경단체 등 대형 유람선 운항 재개로 인한 환경과 안전 우려
유람선 산업, 베네치아 GDP의 3% 기여

[ESG경제=이진원 기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대형 유람선 운항이 재개되자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운항 반대론자들은 베네치아에서 대형 유람선은 취약한 지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등의 환경 피해와 안전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NBC 뉴스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동 제한이 실시된 지 18개월여 만에 베네치아에서 9만2409톤급 대형 유람선인 MSC 오케스트라호가 운항을 재개하자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유람선이 지우데카 운하를 따라 베니치아 산마르코 광장과 두칼레 궁전을 지나가자 일부 시위대가 목선을 타고 “대형 배를 반대한다”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고, 운하를 따라 모인 수백 명도 유람선 운항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조직한 토맘소 카치아리는 “소수의 기업을 위해서 유람선 운항을 수용할 수는 없다”면서 “베니치아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지만 (환경적으로) 매우 취약한 도시라서 유람선 운항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치아에서 오염 배출이 적은 더 작고 안전한 유람선이 운항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람선 운항 계기로 운항 반대 운동 재개
MSC 오케스트라호 운항을 계기로 환경과 안전 문제로 대형 유람선의 베네치아 관통에 반대해온 운동이 다시 불을 붙게 됐다. 이 운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유람선 운항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유람선이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해진 바다 생태계가 취약한 지역을 운항하고 있다면서, 유람선이 베네치아 중심부에 위치한 지우데카 운하를 관통해 운항할 때 일어나는 많은 물살로 인해 운하 바닥이 천천히 침하되고, 도시를 받치고 있는 수중 지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치아 환경연합 소속의 한 멤버이자 환경 전문가인 안드레이니아 지텔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가 지나간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대형 유람선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도시 환경을 포기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유람선국제연맹의 프란체스코 갈리에티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이탈리아 경제가 큰 피해를 입은 뒤 유람선 운항을 재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유람선 운항을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유람선 운항을 재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라면서 "베네치아의 경제 번영에 일조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유람선 산업, 베네치아 GDP 3%에 기여
베네치아 항만관리청에 따르면, 유람선 산업이 베네치아 총생산(GDP)에서 기여하는 몫은 약 3%에 이른다. 또한 약 4000명이 유람선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연간 약 2500만 명이 베네치아를 방문했다. 2019년에는 베네치아에서만 667척의 유람선이 약 70만 명의 승객을 실어나른 것으로 추산된다.
마리아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올봄 베네치아에서 유람선 운항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계 유람선 업계는 올여름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선상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부터 여름 휴가철 승선 예약을 받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