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와 간담회 가져
밸류업 프로그램, 이사회가 적극 참여해야
삼일회계법인, 효과적 이사회를 위한 조언 제시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13일 '기업 밸류업 관련 상장기업 이사회 멤버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2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공개된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상장기업 10개사의 사내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김기경 거래소 부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일 발표된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서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이사회가 기업 경영관리에 있어 책임 있는 결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칠 경우 계획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래소는 밝혔다.
거래소는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장기업 이사회의 멤버들은 이사회 역할의 중요성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일률적이고 과도한 책임 부여보다는 이사회의 참여 수준을 기업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통합 홈페이지 개설과 중소 상장기업 대상 컨설팅, 번역 지원, 이사회·공시담당자 대상 안내 및 교육 프로그램 등 밸류업 지원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효과적 이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특징을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으로 들었다.
이 중에서도 이사회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관·외국인 투자자 등의 의견수렴 결과, 이사회의 전문성 제고와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효과적이고 독립적인 이사회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에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데 대다수 시장 참여자가 도으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이사회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13일 삼일회계법인에서 발간한 거버넌스 포커스 리포트에 따르면 효과적인 이사회 문화와 성과를 저해할 수 있는 4가지 행동 요인은 ▲위협 경직 효과 ▲몰입 상승의 함정 ▲집단 지성의 과소평가 ▲불편한 회의분위기다.
보고서는 “이사회는 단순히 자격을 갖춘 개별 이사의 집합체를 넘어, 경영진 감독 업무에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 경험을 활용하며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정교한 팀이어야 한다”며 “변화의 국면에서 기업이 성공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은 최적의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라고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사회가 규제나 주주들의 요구 등 외부 위협에 직면하면 경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부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합의된 견해에 대한 다른 의견이나 문제 제기를 하도록 장려 ▲각 분야별 전문가를 이사회 토론에 참여시키는 등 토론의 폭을 넓혀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사회가 과거의 의사결정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밀어붙이는 현상인 몰입 상승의 함정을 언급하며 “모든 이사회는 잠재적으로 경영진이나 이사가 과거의 결정을 변호하는 몰입 상승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들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지지했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은 안건에 대해 반대했다고 하더라도 평판상의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사회를 둘러싼 다양성과 '거수기' 논란은 여전하다. 한국ESG평가원이 15일 발표한 “2024년 신임 사외이사 구성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의 현재 직업은 연구직을 포함한 교수가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과거 직업 역시 교수의 비중이 38%를 차지하며 가장 컸다.
ESG평가원은 “사외이사가 대외 로비 창구나 규제 방패막이, 또는 경영진의 뜻을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며 “기업거버넌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회의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이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효과적인 이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사들이 이사회 활동에서 직면할 수 있는 실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업무 수행 관련 질문을 고려한 이사 면접 방식을 차용하고 주기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여 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오는 23일 “변화의 시대, 이사회의 길을 묻다” 세미나를 개최하고 새로운 시장 환경과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특수성을 고려한 이사회의 변화 방향성과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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