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투자자들, 엔비디아의 부정적 환경 영향에 주목
AI 칩 제조와 데이터센터에서 상당한 탄소 배출돼
엔비디아는 "고성능 제품이 친환경적"이라 주장
하지만 CSO도 없고, 넷제로 정책도 모호 지적도

[ESG경제=이진원 기자] ‘AI 광풍’ 속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엔비디아가 미치는 환경 영향 문제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에 가려 정작 이 회사가 AI 칩을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 칩을 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서 탄소가 대량 배출되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칩이 탄소 배출 문제 해결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을 뿐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두지 않고 있고, 넷제로 목표 달성 시기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로 윤리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는 이런 우려에 엔비디아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즈니스 매체인 스톡헤드(Stockhead)는 최근 이들 윤리적 투자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엔비디아 주가가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며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로 올라왔지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엔비디아가 쌓아 올린 눈부신 업적에 ‘옥에 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에서 20일 종가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335조달러로 여전히 세계 1위다. 2위는 3.317조달러인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3.287조달러인 애플이다.
엔비디아 주가 장기적 흐름

지난 7일 10 대 1 주식 분할 이후 한 주 가격이 싸지자 매수 부담이 줄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하며 빚어진 결과다.
“AI 칩 제조 공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윤리적 투자자들이 엔비디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AI 칩 제조 공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성능은 그 안에 들어가는 칩의 효율성과 성능과 함께 발전해왔다.
그러나 엔비디아 같은 칩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좁아지는 실리콘 표면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계속 집적함에 따라 제조 공정이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 집약적으로 변하다 보니 칩 제조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칩의 전체 수명에 걸쳐 소비되는 에너지를 능가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게이지 힐스 조교수는 “컴퓨터 칩을 물리적으로 제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칩의 전체 수명인 10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칩을 만들려면 실리콘, 구리, 알루미늄, 희귀 원소 등의 재료와 함께 상당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50mm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제작하려면 약 285kWh의 전력, 즉 평방센티미터 당 1.6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칩 제조 공정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7%를 차지하는 전력 생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두 번째는 AI의 도입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통 면적이 1만 평방미터가 넘을 만큼 대규모로 지어지는 데이터센터는 기후 변화 완화 노력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IT 시장조사 및 분석 전문업체인 가트너는 2030년까지 AI가 전 세계 전력의 최대 3.5%를 소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퓨어스토리지와 웨이크필드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IT 구매자의 73%는 AI의 에너지 요구사항에 완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고, 89%는 AI 도입을 위한 IT 인프라 업그레이드의 결과로 ESG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AI 붐이 지속됨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IT 산업의 탄소 발자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곳에서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 문제의 해결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엔비디아 “고성능 칩이 탄소 배출 해결에 기여”
엔비디아는 자사의 고성능 칩인 GPU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사 제품이 친환경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애써왔다.
무엇보다 기존 CPU에 비해 자사의 GPU는 훨씬 더 효율적이어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훨씬 더 적게 든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젠슨 황 CEO는 “특정 AI 및 HPC(고성능 컴퓨터) 워크로드에서 (엔비디아의 GPU는) 기존 CPU에 비해 일반적으로 20배 더 에너지 효율적"이라며 AI 데이터센터용 GPU의 에너지 효율을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RAPIDS 가속기를 환경의 판도를 바꾸는 요소로 꼽기도 했다. RAPIDS 가속기는 특히 대규모 데이터 작업을 처리할 때 컴퓨터의 터보차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강력한 GPU를 활용하는 RAPIDS 가속기는 처리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5월에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소재한 국립에너지 연구과학 컴퓨팅센터(NERSC)의 펄뮤터 슈퍼컴퓨터가 엔비디아 A100 텐서 코어 GPU를 사용해 평균 5배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달성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황 CEO는 이번 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컨퍼런스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이전 세대 ‘블랙웰’ AI 칩의 후속 제품인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칩인 ‘루빈’을 소개하며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하며,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더 강력한 칩과 같은 혁신적인 발전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모호한 지속가능경영 전략
일각에서는 이런 회사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제품이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엔비디아가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넷제로와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전략조차 확실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데서 찾고 있다.
실제로 ‘서스테이너블 테크 파트너’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2023 회계연도 기업 책임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 전략과 스코프 1~3까지의 연간 온실가스(GHG) 배출량, 기후 기술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GPU 사용 사례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보고서에는 ‘넷제로’라는 용어가 단 세 번만 언급되어 있으며, 넷제로 목표 날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또 ”엔비디아는 적어도 직책상으로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고용하지 않고 있고,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링크드인을 확인해 봐도 지속가능성 및(또는) ESG와 관련해 경력이 있는 엔비디아의 임원이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AWS, 구글 같은 많은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칩 제조업체는 전담 CSO를 두고 있으며 탄소중립 목표 날짜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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